37살된 일본의 한 동사무소 직원이 ‘욘사마’와 닮아 일본 전역의 팬들이 그를 보려고 몰려들어, 지역 특산물 판매와 관광 홍보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2∼3년 전인가 난데없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사옥에도 한 무리의 일본인들이 몰려온 일이 있다. ‘욘사마’를 촬영했던 손홍주 씨네리 사진팀장을 만나고 ‘욘사마’가 포즈를 잡았던 스튜디오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손 팀장은 ‘우째 이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냐…’는 듯한 표정으로 친절히 일본 팬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전에도 밝힌 바 있듯이, 손 팀장은 남자 후배가 인사하면 눈길도 안 주는 꼿꼿한 분이다). 어쨌든 이 소식을 전한 기사의 제목은 ‘짝퉁 욘사마 인기’였다. 당사자는 억울할 일이다. 나이도 한살 더 먹었는데, 누가 누구의 짝퉁이란 말이냐.
엄청난 속도감으로 여러 ‘운동’을 벌이시는 새 대통령 당선인의 ‘실용주의 노선’을 ‘새마을 운동’의 짝퉁이라고 하면 억울할까?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의 질’이라는 논문에서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질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평가한다. 소득과 교육 기회는 늘었지만 비정규직 확산 등 사회경제적 위험에 노출된 이들은 더 많아졌고, 외국인에 대한 관용은 증가했지만 공적기관에 대한 불신은 더 늘고 부패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신뢰는 오히려 감소했단다. 성차별은 줄어들고 있지만 계층차별은 급격히 증가했고, 자기계발 의지는 커졌지만 구조적인 문제에는 무관심이 팽배해, 한마디로 ‘무기력한 사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사회적인 것’의 가치를 주목할 때라고 말한다. 효율성만이 아닌 정당성, 결과만이 아닌 과정, 성장만이 아닌 배분과 배려 등을 귀하게 여겨야 ‘발전의 병목’도 넘고 ‘사회의 품격’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선인의 ‘운동 노선’은 이 교수의 분석에 비춰보면 사회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기업 프렌들리하고, 국민 성공에 별 도움도 안 되는 통일부와 여성부는 통폐합해버리고, 인권위와 방송위는 어여삐 여겨 대통령 직속기구로 휘하에 두면서, 양극화나 비정규직 문제는 연간 7%의 경제성장이 이뤄지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니 걱정 말라고 일축하는 그 노선 말이다. 국토를 쭉 째서 건설 경기 붐을 다시 일으킬 터이니 “너도 나도 일어나 잔말 말고 일하자”고 독려하는 것도 빼놓으면 안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