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합리적인 영화 유통이 가능할 것인가. 공정위가 최근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와 대형 배급사들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해묵은 영화계 관행들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위는 1월11일 소회의를 개최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프리머스 시네마 등의 멀티플렉스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통상적으로 2주 동안 보장하는 영화를 6일 이내 조기 종영하거나 상영기간 연장을 조건으로 수익분배율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재조정하고, 또 배급사에 사전 합의없이 부금을 지급하지 않는 무료초대권을 대량 발급한 행위 등이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해당 멀티플렉스들은 “스크린 수 축소 또는 영화 종영 등의 불이익을 앞세워”, “손실 위험을 배급사에 일방적으로 전가하거나 위법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했다. 공정위는 4개 멀티플렉스의 시장지배력이 관객점유율 기준으로 70.1%에 달하는 만큼 이번 시정명령이 “공정한 경쟁질서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이번 공정위의 조사는 멀티플렉스뿐만 아니라 대형 배급사에도 미쳤다.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플렉스,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등 국내 3대 배급사들과 할리우드 직배사들은 광주 무등극장, 대구 아카데미, 광명 씨네유 등 중소 규모의 상영관을 대상으로 “상영계약과 달리 조기 부금 정산”을 요구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극장과 배급사는 입장료 수익을 영화 종영 뒤 30일 혹은 45일 내에 정산하게끔 되어 있는데 이들 극장에는 ‘일’ 혹은 ‘주’ 기준으로 수익 분배를 강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번 공정위의 조치가 전면적인 불공정유통행위 조사 및 과징금 부과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증언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힘이 없는 쪽에서는 몸을 사리게 마련”이라며 “조사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시장감시본부 제조1팀의 조홍선 팀장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어온 것들이라 위법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지역 중소 극장들의 경우에는 불평을 하면서도 증거는 못 주겠다는 곳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아직까지 구두로 계약을 대신하는 곳이 많아 불이익을 받았음을 증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