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에스프레소>는 찌질한 남자들의 성장담이다. 언뜻 보기에 <아메리칸 파이>처럼 섹스를 욕망하는 남성들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상 이들에게 섹스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가장 큰 결핍은 자신이 얼마나 찌질한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연당한 페드로(알레조 사우라스)는 사라진 여자에게 집착하지만 그게 얼마나 허무한 짓인지 모르고, 원 나이트 스탠드를 즐기는 자이브(에시어 엑센디아)는 자신이 꽤나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줄 안다.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휴고(디에고 파리스)는 볼품없는 외모와 하찮은 직업에 절망하다 못해 체념해버린다. 영화는 남자들의 연대와 새로운 사랑을 찾는 자잘한 소동을 통해 이들을 성장시킨다. 2년 동안 데이트를 못한 친구를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아 여자에게 집적대고, 우연히 만난 여자와의 인연을 위헤 가상극을 꾸미는 등 이들의 연대는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어도 귀엽다. 하지만 <러브 에스프레소>는 이성을 통해 자신의 찌질함을 깨닫는 식의 여러 남성 성장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영화다. 스페인에서 건너온 작품이지만 스페인 청년들만의 일상을 더듬어볼 수 있는 구석도 찾아보기 힘들다. 진정한 사랑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게 만국의 남성들에게 주어진 지상과제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