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은 ‘야동’이라고 미리 넘겨짚지 말자. <일본남녀상열지사>는 일본의 성의 역사를 아울러 보여주겠다는 꽤 야심찬 프로젝트다. 중세 사무라이와 창녀의 사랑을 엿보게 된 어리숙한 편지배달부의 질투와 순정을 그린 <거리의 여인>, 20세기 초 다이쇼 시대에 성인이 되었으나 아직 성에 눈뜨지 못한 귀족의 딸과 인력거꾼의 이야기 <하이칼라 걸의 성적유희>, 2차 세계대전 뒤 몸을 팔아야 하는 여자들의 비참한 최후를 묘사한 <붉은 장미여인>, 직장을 잃은 뒤 로또와 파친코에 정신을 팔고 사는 남편을 둔 여자의 일상을 전달하는 <로토섹스> 등 4편의 성인물을 담은 <일본남녀상열지사>는 눈요기 전시에만 집착하지 않고 꽤 설득력있는 설정과 캐릭터를 선보인다. 특히 서구 문명을 받아들였음에도 여전히 봉건적인 가치에 발목잡힌 변태 백작과 대대손손 내려온 가보의 쓰임새를 알아차리는 호기심 많은 딸이 등장하는 <하이칼라 걸의 성적유희>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를 결합한 듯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뜨거운 볼거리’보다 훨씬 기발하다. ‘섹스리스’ 부부가 성의 기쁨을 다시 되찾는 과정을 코믹하게 늘어놓는 <로토섹스> 또한 독특한 설정이 돋보인다. 배우가 가발을 쓰고 나왔음을 쉽게 눈치챌 만큼 ‘싼티’가 나는 것도 사실이나 코미디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장르를 택한 이 핑크영화들은 배우 바꿔 몰아찍은 뒤 다른 제목 달아 다른 영화처럼 포장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이는 국산에로 보다 분명 한수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