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심심했다. 지난 1월5일, 롯데시네마 홍대입구관에서는 ‘양윤호 감독과의 30분 토론회’가 열렸다. 영화 <가면>의 평점을 5점 이하로 준 네티즌과 양윤호 감독의 맞장대결이 토론의 컨셉. 하지만 막상 영화를 다시 보니 생각이 바뀌었던 걸까. “비판도 권리라고 생각하니까 편안히 말했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말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네티즌은 날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토론회에서는 “다시 보니 스릴러로서의 장점이 많더라”, “영화의 반전이 정말 좋았다” 등의 칭찬이 많아 자리를 마련한 마케팅 직원들까지도 의아해했다. 계획과 달리 1시간가량 진행된 토론 가운데에서 <가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몇 가지 질문과 답변을 모았다.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는 <가면>을 두고 ‘반전강박증이 만든 영화’라는 이야기가 있다. 감독의 생각은 어떠한가. =취재 도중 알게 된 것이 현대 범죄 중 8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범죄가 무동기 범죄였다. 무동기 범죄는 연쇄살인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의 마지막에 밝혀지는 배달부의 살해를 무동기 살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장면은 반전이 아니라 영화의 엔딩이 미묘했으면 해서 넣었다.
-평소 동성애에 관심이 많았나. 어떤 면에서는 반전을 부각하기 위해 동성애를 활용한 게 아닌가 싶더라. =<가면> 전에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게이들을 만났고, 그 가운데에서 내가 그동안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봤다는 반성을 했다. 그래서 <가면>을 만들면서도 이 영화가 이반영화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극중의 조경윤을 설정할 때도 상대가 남자거나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사랑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그런 끌림에서 시작된 게 가장 순수한 사랑의 시작일 테니까.
-방금 말한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 극중에서 어린 경윤이 어린 윤서를 처음 만날 때 윤서를 연기한 아역배우는 여자 아역배우다. 그러니까 관객 입장에서 볼 때도 경윤은 윤서를 이성으로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남자여서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난 어린 윤서가 여성스럽게 보이지 않았다. 아이였기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정직하지 못한 것은 수진 역에 여자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어린 윤서 부분은 잘 모르겠다.
-그런 의도였다면 관객의 눈에 익지 않은 아역배우를 쓰는 걸 고려하지는 않았나. 윤서를 연기한 아역배우 김유정은 <각설탕>부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까지 너무 익숙한 배우이다. 누가 봐도 어린 윤서는 여자애라고 볼 수밖에 없다. =아마 그 친구가 <각설탕>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본인의 영화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만점에 몇점을 주겠나. =개인적으로 나는 내가 만든 영화를 보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하지만 내가 만든 영화 중에서는 <가면>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다. 동성애 부분에서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아쉽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75점 이상이지 싶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