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호시절은 끝난 것인가. 1996년부터 10년 넘게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전국극장 관객 수마저 지난해를 기점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CJ CGV가 최근 발표한 2007년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은 1억5752만5412명. 2006년 1억6674만3766명에 비해 5.5%가 감소했다. 2002년 전국관객 수 1억명 선을 돌파한 이래 좀처럼 꺾이지 않던 상승기류가 고개를 떨군 것이다. 한국영화의 점유율 또한 50.8%에 불과해 2002년에 48.3%로 올라선 이후 가장 낮은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영화를 찾은 총관객 수는 8005만1529만명으로 2006년보다 25.7%가 감소한 반면, 외국영화 총관객 수는 7747만3883명으로 전년에 비해 31.4%가 증가했다.
2006년에 16편이었던 200만 관객 이상의 영화가 지난해엔 불과 10편에 그쳤다는 점도 한국영화의 부진을 말해준다. 각각 842만3308명과 729만9034명을 끌어모으며 흥행 1, 2위를 차지한 <디 워>와 <화려한 휴가>를 제외하고는 <그놈 목소리>와 <식객>만이 300만명을 가까스로 넘겼다. 그 밖에 200만 이상 흥행 영화는 2006년 말에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를 포함해 <1번가의 기적> <극락도 살인사건> <바르게 살자> <사랑> 등이다. CJ CGV 관계자는 “총관객 수와 한국영화 관객 수의 추이 변화는 그동안 유사한 형태를 띠어왔다”면서 “2007년엔 외화시장이 이례적으로 대폭 성장했으나 한국영화의 부진으로 전체 시장 크기는 전년보다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2007년 한국영화 수익률 추정치가 2006년 -22%에서 -62%로 대폭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한국영화가 받아든 성적표는 낙제에 가까운 듯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를 다각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김현정 연구원은 “한때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성장세는 몇년 전부터 이미 한 자릿수로 줄어드는 등 둔화 추세였다”면서 “몇년 만에 수치가 떨어졌으니 큰일났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해결책 마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인당 평균 관람 횟수를 미국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극장 매출 증대를 통한 한국 영화산업 발전을 낙관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면 앞으로는 과거 극장의 성장에 가려져 있었던 부가판권시장의 활성화나 다양한 제작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새로운 영화 기획 발굴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답을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제작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패턴이 10년 전과 달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극장 관객 수와 시장점유율과 편당수익률만으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2008년 위기 앞에 선 한국 영화계가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