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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자국영화를 껴안는 두 가지 방법

할리우드영화의 기세를 꺾고 자국 영화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필리핀과 중국의 완전히 다른 정책

할리우드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더 많은 미국영화를 상영하도록 중국에 압력을 넣어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압력에 굴복하는 동안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China’s State Administration of Radio, Film, and Television)은 중국 본토를 향한 할리우드의 접근을 더욱 강력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응수해왔다. 1월 상영이 잡혀 있는 <행복을 찾아서>의 명목상의 디지털 상영을 제외한다면, 중국의 (연례적인) 12월의 할리우드영화 공백기는 최소한 2월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관료들이 어떠한 공식적인 정책의 존재 여부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할리우드영화 상영이 편당 15일과 최대 200개 극장으로 제한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포스터

필리핀에서도 사업적 파트너십으로 뭉친 영화산업계와 정부가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걸쳐 2주간 개최되는 메트로 마닐라 필름 페스티벌(MMFF) 기간 동안은 할리우드영화의 상영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1975년 페스티벌이 시작될 때부터 할리우드는 일시적인 상영제한에 맞서서 로비를 펼쳤으나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최근 MMFF가 낳은 주요 작품으로는 2003년에 상영된 에릭 마티의 25만달러짜리 <가감보이>(Gagamboy)와 2004년에 상영된 얌 라라나스의 음산한 호러영화 <시가우>(Sigaw) 등이 있다. 샘 레이미 영화를 연상시키는 전작은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에게 물린 뒤 슈퍼히어로가 되는 남자의 이야기고, 후자는 할리우드로 건너간 라라나스 감독이 <더 에코>(The Echo)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중이다. 아홉편에 달하는 올해 페스티벌 상영작 중에는 판타지 서사극인 <Enteng Kabisote>의 네 번째 에피소드와 호러 옴니버스영화인 <Shake, Rattle and Roll>의 아홉 번째 에피소드가 있다. 잠재력있는 새로운 프랜차이즈영화들로는 야심적인 SF영화 <Resiklo>(<트랜스포머>를 100만달러로 찍었다고 생각해보라!)와 혼전정사와 혼외정사가 없는 <위기의 주부들>과 <섹스 & 시티>의 혼합물인 <Desperadas>가 있다.

2006년 MMFF는 모두 1천만달러에 달하는 입장수익을 올렸다. 주최쪽은 지난해 1200만달러를 목표로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페스티벌의 흥행수익은 극장, 제작사를 비롯해 노동자복지회(Mowelfund), 광학미디어협회(OMB), 필리핀영화아카데미 등 다양한 비영리단체들이 나누어 갖는다. MMFF는 페스티벌 기간 중 할리우드영화의 상영을 제한하는 한편, 해적판과의 경쟁마저 완벽하게 차단했다. DVD 해적판 근절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단체 OMB는 “원본으로부터의 해적질을 중단하라”는 모토를 실천에 옮겨왔다. 지난해 지역신문들은 OMB가 5천달러의 협상가와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상영작과 해적판 DVD가 경쟁을 벌이지 않는다’는 협상안을 바탕으로 한 영화제작자들과 불법복제자들 사이의 거래를 중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MMFF에서 상영될 작품들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전해 여름에 선출되며, 감독들은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까지 6개월 안에 모든 촬영과 편집을 마쳐야만 한다. 이 같은 시간적 제한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영작중 네편의 작품이 단 두명의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다작으로 잘 알려진 호세 자비에르 레예스와 조엘 라망간이다. 그리고 지난 몇해 동안 MMFF 상영작의 절반에 달하는 작품들이 리걸 엔터테인먼트라는 단 하나의 제작사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이처럼 다작하는 감독과 제작자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서로에 맞서 경쟁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그 때문에 관객의 구미는 종종 차선이다. 예를 들어 많은 자국산 호러영화들은 <Shake, Rattle and Roll 9>과 경쟁을 벌이지 못하도록 아예 개봉이 뒤로 밀려나버렸다. 하지만 저예산 HD로 게으르게 제작된 <Shake, Rattle and Roll 9>는 신인감독들의 재능을 발굴하는 시리즈의 오랜 전통마저도 내버린 작품이다.

중국이 할리우드영화를 제한함으로써 자국 영화산업이 좀더 성숙하기 위해 숨쉴 만한 틈을 창조하는 동안, 크리스마스와 새해 동안 필리핀이 만들어낸 ‘무경쟁’ 정책은 아마도 정반대의 효과를 야기해왔는지도 모르겠다.

번역 김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