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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마트, 애플에 두손 들다

미국 최대 체인매장 월마트, 인터넷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 전격 중단

1년여 전 영화 다운로드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던 미국 최대 규모의 체인매장 월마트가 두손을 완전히 털고 나와버렸다. 미국 최고 DVD 판매량을 자랑하는 월마트는 지난 12월21일 웹사이트에 서비스 중단을 알리는 글을 올렸고, 그 소식이 1주일 이상 지난 뒤에야 미디어에 알려진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월마트의 공식적인 입장은 ‘테크놀로지 파트너인 휴렛패커드가 다운로드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더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1년 중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게 됐다’는 것.

사실 월마트의 다운로드 서비스는 아마존(www.amazon.com)의 디지털영화 스토어나 DVD·비디오 렌털숍인 블록버스터의 DVD 우편배달 서비스보다도 훨씬 더 큰 기대를 모았다. 애플사가 일부 영화사의 작품만을 판매하는 반면 월마트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스튜디오인 월트 디즈니와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소니, 이십세기 폭스, 유니버설 등 6개사와 계약을 이미 마쳤었고, 이는 전통적인 소매업체가 다운로드 산업에 처음 참여한 것이라 의미가 컸다.

그러나 월마트에서 다운로드한 영화들은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D.R.M.이라는 소프트웨어로 보호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아이포드에서의 재생이 불가능했다. 유일하게 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즈 미디어 플레이어였다. 다운로드를 하려면 인터넷 속도가 빠른 브로드밴드 서비스가 필요하고, TV화면으로 옮겨서 보기도 쉽지 않다는 것 역시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월마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영화들은, 오래된 작품은 최저 7달러50센트, 신작은 최고 19달러88센트까지 판매됐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은 DVD 대여나 케이블 회사를 통한 ‘온-디맨드’(On-Demand) 시청 서비스에 비해 현저히 비싸며, 최근 DVD의 저렴해진 구입가격과도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구태여 화질도 떨어지고 시청하기도 불편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월마트의 인터넷 비즈니스 실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에는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는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인터넷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2년 뒤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것은 물론, 월마트 사이트를 찾아온 고객들을 위해 넷플릭스 사이트로 안내하는 링크를 표시해놓기도 했다.

아이튠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지금까지 30억개의 음악파일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진 애플사는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에서도 유일하게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업체다. 현재 디즈니와 MGM의 영화를 제공하고 있으나, 곧 이십세기 폭스사의 작품도 판매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더 나은 카피 방지 방안을 모색하며 계약을 미뤄왔던 다른 할리우드 영화사도 월마트의 다운로드 서비스 실패는 물론 다른 서비스사들의 활동 부진 때문에 애플사와의 계약을 서둘러 고려 중이다.

온라인상의 불법 다운로드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 음반업계의 상황을 지켜봐온 영화사와 방송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손쉬운 방법으로 영화와 TV시리즈를 다운로드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기존 DVD 판매는 물론 아이튠 다운로드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TV시리즈의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ABC>와 <NBC> <CBS> 등의 메이저 방송사와 일부 케이블 채널에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의 최근 방영분을 한정 기간 동안 무료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온라인과 DVD 세트 판매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