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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을 이어온 디즈니의 마법 <마법에 걸린 사랑>
오정연 2008-01-09

70년을 이어온 디즈니의 마법, 덕분에 그들도, 우리도, 어쨌거나 영원히 행복하게

동물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다가 백마 탄 왕자 에드워드(제임스 마스덴)을 만나 결혼을 앞둔 지젤(에이미 애덤스)에게,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불가능한 세계로 향하는 것보다 가혹한 저주가 있을까. 계모의 구박도, 왕비의 시샘도, 두 다리를 얻는 대신 목소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주문도 이보단 나았다. 영화의 도입부 10여분 동안 지속됐던 디즈니 셀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뒤로하고 뉴욕 한복판에 떨어진 동화 속 공주에게, 혹은 그녀를 따라 뉴욕행을 감행한 에드워드 왕자에게 가장 큰 적은 그야말로 ‘현실’ 그 자체. 그들은 과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소생불가 판정을 받았던 2D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능청스럽게 이어붙인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에는 디즈니의 첫 장편애니메이션 <백설공주> 이래 70년 동안 무한반복되며 전세계로 퍼져나갔던 디즈니 월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지난 추수감사절 미국 박스오피스의 승자로 관객과 평단 모두를 매혹시킬 수 있었던 것은 대를 이어 무의식을 지배했던 ‘꿈의 공장’이 거느린 여전한 ‘팬심’이 발휘된 결과다. 그림동화를 심술맞게 비꼬았던 3D애니메이션 <슈렉>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이제 막 디즈니의 세계에 입문하는 어린이 관객은 물론 ‘그때 그 시절’을 아련하고 사랑스럽게 돌아보는 성인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배려 또한 세심하다. 이를테면 더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뉴요커, 현대판 혹은 실사버전 왕자님 로버트(패트릭 뎀지, <그레이 아나토미> 속 그 뻔뻔한 왕자님!)의 변화. “노래”와 관계된 그의 변화는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사실만큼 명백하지만, 이를 마주하는 관객은 여전히 설렌다. 제아무리 21세기라도 원형(原型)은 여전히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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