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상처를 감싸는 붕대로 마음의 아픔까지 치유할 수 있을까. <붕대클럽>은 상처받았던 기억의 공간을 붕대로 감싸 위로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부모의 이혼 뒤 우울함에 젖어 있던 여고생 와라(이시하라 사토미)는 어느 날 병원 옥상에서 괴상한 행색의 소년 디노(야기라 유야)를 만난다. 옥상 난간에 붕대를 감싸는 그에게서 묘한 위로를 받은 와라는 친구 탄자와(간지야 시호리), 기모(다나카 게이)의 부추김으로 ‘붕대클럽’을 조직한다. 상처받은 이들의 사연을 접수해 문제의 장소에 붕대를 감아주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다는 것. 장난처럼 시작된 아이디어에 수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면서 이들은 적극적인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다.
<붕대클럽>은 <가족 사냥> <영원의 아이>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 덴도 아라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없어>와 영화 <내일의 기억>을 연출했던 쓰쓰미 유키히코가 메가폰을 잡았다. <내일의 기억>에서 알츠하이머와 싸우는 중년 부부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응시했던 감독은 이번에는 좀더 경쾌한 청춘의 걸음으로 상처에 다가선다. 철봉 넘기를 하지 못하는 뚱뚱한 소년의 고민처럼 아주 사소한 일상의 생채기부터 아이들이 차마 짊어지기 버거운 아픔까지 차근차근 짚어나가는 영화는 타인을 치유하겠노라 나선 아이들이 결국 자신이 짊어진 상처와 마주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전적으로 예측 가능한 지도 안에서 전개되고 교훈은 익숙하지만, 웃음거리가 될 작은 상처 하나를 소홀히 하지 않고 꼼꼼히 감싸안는 온기가 사랑스럽다. <아무도 모른다>로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소년, 야기라 유야의 부쩍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작지 않은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