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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한국영화 신작]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주성철 사진 이혜정 2008-01-10

해운대의 100만 인파를 집어삼킬 물보라

‘해운대에 쓰나미가 닥친다’는 설정만으로도 <해운대>는 이미 ‘보고 싶은 영화’다. 한국 영화계에 있어 최근 몇년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재난영화인데다,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신기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더불어 100억원대 규모의 대작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사인 두사부필름은 할리우드와 손을 잡았다. <딥 임팩트>(1998), <퍼펙트 스톰>(2000), <투모로우>(2004)의 CG 작업에 참여했던 한스 울릭이 대표로 있는 폴리곤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특수효과를 책임지게 된다. 한스 울릭의 이력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해운대>는 ‘한국판 <투모로우>’가 될 야심을 품고 있다. 2008년에 나올 한국영화들 중 최고 예산 영화가 될 것이란 기대도 틀리지 않다.

실제 부산 출신이기도 한 윤제균 감독에게 해운대는 꽤 사연 많은 곳이다. 여느 부산 사람들이 그러하듯 울적할 때 답답한 마음을 무장해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해수욕을 하다 난생처음 죽을 뻔했던 곳도 바로 해운대였다. 실제로 몇년 전 동남아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도 마침 그는 해운대에 있었다. 그러다보니 문득 한적한 겨울 바닷가를 보며 햇빛 쨍쨍한 한여름을 떠올리게 됐다. “그때도 12월이었는데 여기 해운대에도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거기다 100만 인파가 몰려 있는 여름에 말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피서철에 단위면적당 인구가 가장 많은 해변이 해운대가 아닐까? 완전 콩나물시루인 해변에 쓰나미가 들이닥치면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지난 여름 해운대를 찾았던 한스 울릭이 놀랐던 것도 바로 그 엄청난 인구밀도 때문이었다. “막연히 하와이의 와이키키나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비치를 떠올렸던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피서를 즐기는 광경을 처음 봤다고 했다. 세계에도 이런 해변 휴양지는 없다는 거다. 그 인파만으로도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CG 작업과 다를 것 같다고 했다”는 게 윤제균 감독이 전하는 얘기다.

한여름의 해운대는 어마어마한 피서 인파를 빼고도 좀더 복합적인 인상을 지니고 있다. 달맞이 고개의 부유한 주택가는 물론 해변 너머 낙후된 시장통에 이르기까지 기묘한 스카이라인을 보여준다. 하지만 쓰나미 앞에서 그러한 차이는 무의미하다. 또한 그 수많은 인파에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뒤섞여 있다. 부산 사람도 있고 외지 사람도 있고, 노는 사람도 있고 그들에게 장사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건 그들 모두 똑같은 재앙을 겪는다. 언제나 ‘사람 얘기’에 관심이 많았다는 윤제균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인간애’에 대한 얘기를 그리고 싶단다. “예상치 못한 자연 재앙이 닥쳤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픔과 시기, 혼란과 극복을 들여다보고 싶다.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던 사람이 그럴 때는 자신을 구해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에게 어느덧 다섯 번째 영화다. 사실 <두사부일체>(2001)부터 <1번가의 기적>(2007)까지 이어진 그의 필모그래피의 공통분모는 코미디라 할 수 있기에, <해운대>는 그 규모를 떠나서도 그에게 가장 돌출된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이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늘 코믹 요소를 살리는 가운데에도 사람 냄새를 풍기고 싶었다. 코믹한 상황이라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뉘앙스를 좋아하기도 하고. 다소 막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재미와 감동을 함께 추구한다고나 할까. <해운대>도 거대 예산 영화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기본적으로 내가 보여준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하지만 <해운대>가 그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란 점도 분명히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라도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기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막연하게나마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한국 영화계의 상황이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해운대>는 그가 중견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하는 상황 속에서, 그리고 두사부필름의 수장으로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은 가운데 맞닥뜨린 중요한 전환점의 영화다.

현재 <해운대>는 시나리오를 마무리 짓는 대로 부산영상위원회와도 실무적인 협의를 거쳐야 하고, 폴리곤 엔터테인먼트와의 세부 계약 사항도 조율해야 한다. 또한 배우 하지원은 완벽한 부산 사투리를 익히기 위해 맹훈련 중이다. 윤제균 감독은 생애 가장 바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나 이거 처음이야

<해운대>는 굳이 윤제균 감독에게 첫 번째 시도라기보다 한국 영화계로서도 첫걸음을 내딛는 새로운 차원의 재난영화다. 수많은 인파가 해수욕을 즐기고 있는 한여름의 해운대 바닷가에 거대한 쓰나미가 들이닥친다는 설정은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엄청난 CG 작업을 예상하고 있는 만큼 제작비 규모로도 내년 최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CG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물의 귀재’인 한스 울릭도 엄청난 인파에 압도당해 ‘인크레더블!’을 외쳤으니 그로서도 <해운대>는 전혀 새로운 CG작업일 수 있다. 윤제균 감독은 “처음 하는 시도다보니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떠오른다”며 “거대한 광안대교가 휩쓸리는 장면도 생각하고 있는데, 한스 울릭의 말로는 해일로 인해 다리가 무너지는 장면을 찍으려면 미니어처도 만들어야 하고 돈도 많이 든단다. 현재 가진 많은 아이디어를 무조건 다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예정대로 7월에 크랭크인을 하게 될 경우 할리우드 메인 스탭들이 해운대에 직접 와서 작업을 하게 된다. 윤제균 감독은 “9월에 CG컷을 몰아서 촬영한 뒤 후반작업은 6∼10개월 정도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 해운대에서 촬영이 이뤄지겠지만 미니어처 촬영 등 미국에서도 특수효과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가 말하는 <해운대>의 키워드는 ‘IF’다. 그 스스로도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시놉시스

한여름의 해운대 바닷가. 역시나 기록적인 피서 인파를 기록한 가운데 메가톤급 쓰나미가 닥친다. 졸지에 100만 인파가 패닉 상태에 빠지고 주변 호텔은 물론, 상가들까지 부서지고 물에 잠긴다. 처음부터 해운대에 살았던 사람이건 타 지방에서 휴양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이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가족과 연인을 잃고 울부짖는다. 한편, 배를 타고 고기를 낚아 해운대에서 불법 좌판 노점을 벌여 생계를 유지하던 억척스런 부산 여자(하지원)도 마찬가지로 일터를 잃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채 주저앉는다. 하지만 쓰나미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언젠가 또 닥쳐올지도 모를 쓰나미의 위협 속에서 해운대의 그 사람들은 굳게 힘을 합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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