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 뒤엔 대입이 있고, 대입 뒤엔 취업이 있고, 취업 뒤엔 결혼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당연한 듯 짊어지고 사는 삶의 굴레는 대개 한 모양이다. <꿀벌대소동>의 첫 시퀀스가 주는 생각은 엉뚱하게도 그런 것이다. 똑같은 옷들이 즐비한 옷장에서 옷을 고르고, 똑같이 생긴 친구들과 모여 졸업식을 치르자마자 일제히 한 기업에 취직해 평생 한 가지 일을 하고 산다는 게 <꿀벌대소동>이 묘사하는 모든 꿀벌의 운명. 배리(제리 세인펠드)는 그런 규격에 맞춘 듯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 영화가 짚어주는 그들의 현실이 묘하게도 우리의 것을 강하게 환기해, 배리의 열망이 쉽게 이해된다.
바깥세상에 나간 배리는 꽃집을 운영하는 여자 바네사(르네 젤위거)와 친구가 된다. 꿀벌이 인간의 말을 하고, 사법제도 등 인간사회의 시스템에 무리없이 합류하며, 그 사실이 다시 사람들에게 별탈없이 수용된다는 이야기의 몇몇 전제는 일종의 엉뚱함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인간이 양봉업으로 꿀을 생산하는 것을 엄청난 착취로 몰았다가 ‘일하지 않는 꿀벌은 꿀벌이 아니’라는 반성의 입장으로 돌아오는 태도의 굴곡을 즐기기엔 몇몇 이음새들이 몹시 거칠다.
이 영화의 제작, 목소리 주연, 각본까지 관여한 제리 세인펠드는 현재 미국에서 최고의 주가를 누리는 코미디언. 최근 미국에서 1년 수입이 가장 많은 방송인 2위에 오르기도 했다(약 6천만달러). 그러나 국내 관객의 구미를 더 당기는 쪽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방송인 유재석일 듯. 주인공 배리 역을 더빙한 연기 솜씨는 억지 폭소를 유도하지 않으면서 기본기에 충실한 인상이다. 공동감독 스티브 히크너는 <이집트의 왕자>를 연출했으며 사이먼 J. 스미스는 <슈렉> 시리즈의 시각효과 스탭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