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난감이든 토해놓는 거대한 만능 백과사전. 팔딱거리는 진짜 물고기로 장식된 모빌. 안아달라며 두팔을 벌리는 수줍은 헝겊인형. 미스터 마고리엄(더스틴 호프먼)이 운영하는 장난감 가게는 온갖 진기한 물품으로 가득하다. 물론 이들 장난감이 발휘하는 마법이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도 언급되는, “10만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만 “참 좋은 집”이라고 외치는 어른들에겐 보이지 않는 종류의 것들이다. 그러나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만큼 볼거리가 많은 마고리엄의 장난감백화점에는, 이상하게도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마저 다리를 들썩이게 만드는 흥겨움이나 즐거움의 감정이 빠져 있다. 화려하나 생기를 잃은 이곳의 풍경은 영화 전체의 색채를 묘하게 반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243살에도 여전히 천진한 마고리엄은 어느 날, 자신의 최후를 직감한다. 이탈리아의 작은 구두 가게에서 평생 신기 위해 여러 켤레를 샀다는 구두도 다 닳아 지금 신고 있는 것이 마지막이다. 장난감 가게의 마법은 믿지만 자기 자신은 믿지 못하는, 피아니스트이자 장난감 가게 점원인 몰리(내털리 포트먼)는 떠날 시간이 임박했다는 마고리엄의 선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고리엄이 몰리에게 가게를 물려주고자 불러들인 회계사 헨리(제이슨 베이트먼) 역시 그녀에겐 골칫거리일 뿐. 우뇌보다 좌뇌가 월등히 발달한 인간형인 그는 장난감 가게에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사건을 눈뜨고도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마고리엄의 죽음 앞에 마음을 닫은 몰리는 헨리의 예상치 못한 도움에 힘입어 마침내 자기 안에도 마법의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시나리오작가였고 이 영화로 감독 데뷔한 자크 헬름이 전하려는 교훈은 간명해 보인다. 이별의 아픔을 딛고 용감하게 홀로 서라는 것. 누구보다 스스로를 믿으라는 것. 그러니 어린아이의 순수함에 애써 눈높이를 맞추려는 이 영화가 더스틴 호프먼의 지혜롭고도 순수한 미소를 전시할 때 가장 큰 감흥을 전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화려한 비주얼이나 동화책을 넘기듯 챕터별로 정리해 귀여운 제목을 달아놓은 센스가 돋보이지만 그만큼 달콤하게 마음을 당기지는 못하는 크리스마스용 가족영화. 더스틴 호프먼이 윌리 웡카에 버금가는 괴짜 사장으로, 내털리 포트먼이 요정처럼 깜찍하나 자신감이 결여된 점원으로 출연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