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정부라더니, 그 별칭이 본인들 눈에도 맥빠져 보이는지 새 대통령 당선자 주변에서는 ‘이명박 정부’라는 이름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하여간 1등 좋아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약하다니깐. 차라리 그냥 ‘명박정부’라고 하지, 친근하기라도 하게. 솔직히 선거 기간이나 당선 뒤 그쪽 캠프에서 나온 단어들 중에는 섹시한 게 없긴 하다. 성공정부, 선진정부, 신발전정부, 성장정부…? 뭘 갖다 붙여도 똑떨어지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지어주면 어떨까. 지금 하고 싶은 말씀이 많아서 얼마나 입이 근지러우실까.
따지고 보면 노 대통령이 새로 출발하는 **정부(띠리리나 삑삑으로 읽지 마시길, 표시 그대로 아직 이름이 안 붙었다는 뜻임)의 이름을 붙여줄 권리가 없는 건 아니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듯이 사방이 캄캄하면 약한 빛도 구세주처럼 보이는 법이다. 온갖 도덕성 논란과 거짓말 의혹으로 진땀을 뺐지만 이 당선자가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린 데에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적지 않게 실렸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수위원장 후보로 이름이 나오기도 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대선 며칠 전 고려대 교우회의 한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준 첫째 교훈은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 교훈은 아무나 대통령이 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는지이다”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는 참여정부의 청출어람일지 모르겠다. 그래도 배울 걸 배워야지. 당선 다음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나와 관련된 의혹이) 특검에서 무혐의로 확실히 다시 나타나면 이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으름장 놓은 것은 너무했다. 허니문 첫날부터 자신의 신상과 관련된 내용을 이렇게 세게 얘기하면 너무 ‘그분스럽잖아’.
요즘 한나라당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의사소통이 원활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모두 전화를 잘 받고 열심히 말을 해준다. 자기 치적을 홍보하며 이른바 ‘이명박의 사람들’에 이름 한줄 걸치려는 것이다. 부디 사람을 잘 가려 쓰고, 경부 대운하니 자립형 사립고니 신문방송 겸업이니 반대 목소리 높은 주제에 대해서는 당선 제일성으로 밝힌 대로 ‘화합 속의 변화’라는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시길. 경부 대운하 아니라도 삽질할 곳 많고, 자립형 사립고 이전에 자립시켜야 할 것 많으며 신문방송 말고도 합체해서 돈 퍼붓지 말아야 할 기관 아주 많지 않은가. 그리하여 띠리리, 아니 **정부 여러분도 꼭 성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