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홈런타자는 결국 나오지 않는 것인가.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누리기 위해 극장가에 나선 한국영화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는 해를 넘기며 흥행을 기록해 극장가가 다소 활기를 되찾았으나 올해에는 그런 기적이 재연되지 않을 전망이다. 12월12일 개봉한 <색즉시공 시즌2>만이 12월19일까지 전국 320개 스크린에서 94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비교적 선전했을 뿐 다른 한국영화들의 성적표는 기대 이하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설경구, 김태희 주연의 <싸움>(12월13일 개봉)은 12월19일까지 전국관객 31만5천명을 불러들이는 데 그쳤으며, 첫주를 넘긴 지금 스크린 수는 개봉 당시의 절반 수준인 212개로 줄었다. 법정공휴일인 12월19일을 감안해 그 전날인 12월18일에 이례적으로 ‘화요일 개봉’을 시도한 한국영화들의 스타트도 그닥 좋지 않다. 2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내 사랑>의 전국관객 수는 이틀 동안 약 13만명(전국 기준). <내 사랑>과 비슷한 스크린 수를 확보한 한예슬 주연의 <용의주도 미스신>은 이보다 더 못하다. 서울에서 2만5천명, 전국에서 약 10만명 수준이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니콜 키드먼 주연의 <황금나침반>은 12월18일과 19일 이틀 동안 전국에서 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12월12일에 개봉해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복병 <나는 전설이다> 또한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색즉시공 시즌2>의 제작사인 두사부필름 관계자는 “한국영화들이 연말 극장가에서 가족영화로 포장한 외화들에 밀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지난해에 비해 -6% 성장을 보인 극장가로서는 한국영화에 대한 외화의 비교 우위만으론 성이 차지 않는 눈치. CGV의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든 외화든 현재로선 분위기를 주도할 만한 영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다간 연말에 다른 공연이나 레저에 관객을 다 뺏길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가면> <기다리다 미쳐> <헨젤과 그레텔> 등 3편의 한국영화가 12월27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과연 역전의 명수가 등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