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리타영화제라는 명칭은 ‘닭도리탕’에서 유래했다. 이 영화제의 출발점인 ‘액터스21’이라는 연기아카데미에서 수강생들이 연기연습을 위해 받은 <박하사탕> 오디션용 대본에 닭도리탕을 먹는 상황이 등장한 데서 착안한 것. 액터스21 수강생이었고, 여러 장·단편영화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한 정보훈씨는 “지금 생각하면 참 잘 지은 것 같다. 여러 길로 걸어간다는 뜻도 있겠고…”라고 말했다. 12월21일부터 이틀간 홍대 상상마당에서 열리는 제4회 다도리타영화제에 상영작을 내놓은 정보훈씨를 만나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도리타영화제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배우들이 자신이 출연한 단편을 직접 출품하는 영화제라고 들었다. =액터스21이 없어진 뒤에도 사람들끼리 마음도 잘 맞고 해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 아무래도 배우들인 만큼 각자 생활도 있고 개성도 특이해서 자주 모이기가 쉽지 않더라. (웃음) 영화를 만들어보자, 연극을 해보자 그랬는데 사실 서로가 뭘 하고 있는지는 알아도 출연작을 함께 본 적은 없더라. 그래서 영화제를 꾸리게 됐다. 처음에는 40명 정도가 함께했는데 지금까지 만남을 유지하거나 연락하는 사람은 20명 정도다.
-이전까지 충무로 오!재미동에서 열리다가 올해는 상상마당으로 장소를 옮겼다. =상상마당쪽에서 먼저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오!재미동에서 할 때는 서서 보시는 분들도 있어서 조금 고민하기도 했고.
-김종관 감독의 단편 <누구나 외로운 계절>을 상영작으로 출품했다. 굉장히 격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번 영화제는 짧게 가고 싶었다. 개인적으론 그랬다. 길이는 짧지만 배우의 개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다. 전체적으로 짧은 영화들이 유난히 많아 한 섹션이 대략 1시간 정도다.
-단편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낯선 포옹>, 단편 <지구를 지켜라!> <발레교습소> <M>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혹시 출연작 중 특히 뜻깊었다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지구를 지켜라!>에서 현장을 처음 제대로 접해봤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하긴 했지만 그때는 학생같이 그냥 가서 했으니까. (웃음) <지구를 지켜라!>는 처음 현장 가서 한 것 같은 영화다. 장준환 감독님이 내가 연기한 캐릭터인 병구의 첫사랑에 대해 굉장히 많은 사연을 계속 이야기해주기도 했고. <발레교습소>도 나를 많이 깰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레즈비언 여학생을 연기했는데 감독님이랑 이야기하면서 내가 답답하게 살고 있었구나 느끼기도 했다.
-다도리타영화제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단편영화를 볼 때 대부분의 관객이 연출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에겐 그만큼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다도리타영화제에선 단편에 출연한 배우들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 의미가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