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를 찍겠다고 밝힌 버티고엔터테인먼트의 로이 리와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 배우 채닝 테이텀의 소속사 매니지먼트 360의 윌리엄 최, 피터 키어넌이 11월30일 한국을 방문했다(관련기사 <씨네21> 628호). 서울영상위원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12월3일까지 서울 곳곳을 둘러보며 촬영지를 물색했고, 한국쪽 제작 파트너를 찾기 위한 작업도 진행했다.
-한국 촬영을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해달라. =로이 리: 우선 이 프로젝트는 아직 제목이 없는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이십세기 폭스의 자회사인 폭스 아토믹에서 준비 중이며, 한국 또는 서울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내가 참여한 <그루지>는 도쿄에서 일본 감독이 촬영했는데 촬영비가 적게 들어 스튜디오에서 좋아했다. 폭스가 도쿄에서 촬영하는 영화를 1년에 1편 정도씩 만들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폭스는 내게 일본에서 촬영하는 영화를 더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나는 한국에서 찍는 것은 어떠냐고 의향을 물었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미국의 젊은 형사가 서울에 오게 된다는 아웃라인을 갖고 시나리오작가들의 아이디어를 구했는데, 한국계인 덕 정이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 이야기는 미국 형사가 한국의 젊은 범죄자와 협조해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로이 리: 1천만달러에서 1500만달러 선으로 생각한다. 한국영화가 30억원에서 60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들이는 것으로 아는데 예산에 비해 굉장히 좋은 질의 영화를 만든다고 판단한다.
-서울을 둘러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 =피터 키어넌: 한국은 처음인데, 서울이 매우 영화적인 풍경을 가진 도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모든 대도시가 갖고 있는 요소를 갖췄을 뿐 아니라 한국과 서울만의 독특한 점도 많았다. 아직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가 촬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 = 윌리엄 최: 이 영화의 목적 중 하나는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과 서울을 알리는 것이다. 우디 앨런의 맨해튼처럼 서울이 뚜렷한 색깔을 가진 공간으로 담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감독을 기용할 계획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나. 김지운 감독에게 제안했다는 소문도 있다. =로이 리: 김지운 감독에게 제안했던 것은 사실이나 다른 여러 감독과도 접촉했고, 아직 정해진 것은없다. 원칙은 한국 감독을 잡는다는 것이다. 한국 감독은 덕 정의 시나리오의 한국어 부분을 사정에 맞게 고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할리우드로부터 다양한 제안을 받았던 한국 감독들은 ‘최종 편집권을 주지 않으면 할리우드에 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로이 리: 이 영화는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한국어 버전의 최종 편집본(final cut)은 당연히 감독의 재량대로 만들게 된다. 영어 버전은 한국어 버전 최종 편집본을 바탕으로 스튜디오의 승인을 받아 완성되게 될 것이다. 할리우드 작가 파업이 끝나는 대로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될 것이며, 내년 중에 촬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