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은 고향에서 찬밥 신세? 서울산업통상진흥원과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가 12월5일 ‘한국 애니메이션의 세계진출 성공사례 발표 및 국내 방송시장 개선방안 재고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이 국내 방송사들의 차별적 편성으로 시청자에게 노출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은 2005년부터 실시된 ‘애니메이션 총량제’(지상파 전체 방송시간의 1% 이상 신규 제작 한국 애니메이션 방송 의무화)에 힘입어 제작편수와 해외수출이 증가했고, 기존의 하청산업에서 창작산업으로 중심을 옮기는 등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아이언 키드>는 미국 네트워크 방영 전체 애니메이션 중 시청률 4위를 기록했고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터키 등에 수출됐으며, <뽀롱뽀롱 뽀로로> 역시 세계 81개국에 수출돼 프랑스와 대만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는 지상파, 케이블, 위성TV 등 국내의 방송 채널들이 주 시청층인 어린이, 청소년이 TV에 접근하기 힘든 시간대에 한국 애니메이션을 집중적으로 편성한다는 것. 예컨대 <장금이의 꿈>은 토요일 오후 7시30분에 방영된 일본에서 5.9%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수요일 오후 4시30분에 전파를 탄 MBC에서는 시청률이 1.1%에 그쳤다. 특히 투니버스, 챔프 등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에서는 프라임타임인 오후 6~8시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한국 애니메이션은 자정~새벽 6시에 주로 편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언 키드>의 공동 제작사인 대원미디어의 이천호 부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항상 시청률 톱5에 들 정도로 반응이 좋았는데 한국에서 사업이 가장 안 됐다. 미국에서 현재 시즌2가 논의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쪽에서 손해를 볼까봐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고, <뽀롱뽀롱 뽀로로>를 제작한 (주)아이코닉스의 이병규 이사 역시 “총량제라는 제도가 있어도 한국 애니메이션을 새벽에 몰아버리니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재 교수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프라임타임에 편성하기 위한 인센티브제 도입, 한국 애니메이션 쿼터 적용, 생산 기반 확충을 위한 애니메이션 전문펀드 결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