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게, 더 엷게, 더 안 보이게!” 지난 12월6일 개막한 제12회 광주인권영화제의 현수막과 포스터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영화제쪽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서럽고 쓰라린 목소리를 통해 과연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해본다”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의 슬로건을 ‘비정규직 필살기’로 정했지만 장소제공 및 후원을 맡은 광주 청자미디어센터쪽에서 ‘비정규직 필살기’란 글자가 현수막과 포스터에 빨간색 글씨로 크게 쓰여져 있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광주인권영화제 임경연 활동가의 말에 따르면 센터쪽은 “미디어센터는 어린이부터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오가는 곳인데, 현수막 때문에 이념적인 기관으로 비쳐질 수 있어 강한 이미지를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센터 건물에는 센터가 자체 제작한 현수막이 걸렸으며, 포스터는 건물 뒷문에만 붙여졌다고. 이에 대해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일단 행사를 안정적으로 치러야 하는 터라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지만 영화제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끔 교육하는 미디어센터쪽이 인권영화제의 발언을 막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한 영화제 활동가는 “최근에도 광주의 한 공연단체가 시의 지원을 받아 비정규직 관련공연을 하려다가 공연을 금지당한 적이 있었다”며 “광주가 인권도시라고 하지만 밖에서 보는 이미지일 뿐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혹시 대선을 앞두고 몸을 사리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