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살 먹은 애 둘이 뽀뽀를 하다 한 애가 “들키면 어떻게 해?” 그랬더니 나머지 애가 “괜찮아, 우리도 이제 한두살 먹은 애가 아니잖아?” 이랬단다. 흠, 시사하는 바가 크군.
주가조작 공모, BBK 실소유, 다스 실소유 의혹 등 이명박 후보가 의심을 받아온 문제에 대해 검찰은 증거가 없거나 증거를 못 찾았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가 제3자의 땅을 판 돈을 다스에 갖다 쓴 게 된다. 검찰은 지난 8월 도곡동 땅 주인을 이상은씨가 아닌 제3자로 본다고 했다. 제3자의 땅을 팔아 증자 대금으로 썼는데, 그 제3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은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어쨌든 BBK 한방에 날아간다던 이 후보는 ‘비비케켁, 무르파팍’ 기운을 받아 방송토론에 화려하게 등장하셨다.
검찰 발표 뒤 후폭풍이 세다. 이리저리 편먹고 손잡느라 바쁘다. 어제의 동지고 적이고 상관없다. 이인제 후보 캠프에서는 이회창 후보와 손잡자는 얘기가 나오고, 핫바지론으로 오랫동안 영화를 누리신 어르신은 이명박 후보를 재빨리 집으로 불러들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 와중에 정동영·문국현 후보는 단일화하겠다면서도 ‘나로의 단일화’를 고집하다 결렬 위기에 처했다. 검찰 발표 전에 이명박 후보에게 간 정몽준 의원이 그나마 면피했을까. 충청도를 세상의 중심으로 아는 심대평 전 후보와 ‘밤거리 돌아다니면 뒈지게 맞는다’며 욕쟁이 할머니 버전의 연설을 하신 우리의 백구두 백일섭 아저씨가 그나마 소신파다. 다들 너무 속보이잖아. 한두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가장 속보이는 분들은 검찰 발표가 나자마자 득달같이 이명박 후보 지지명단을 내고 다음날엔 떼로 몰려가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과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며 ‘생활이 어려운 연예인 돕기 사인회 겸 이명박 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한나라당사에서 하신 분들이다. 번지수 잘못 찾은 줄 알았다. 멘트만 들으면 권영길 후보 지지하는 줄 알겠다. 이를 두고 대세가 굳어졌으니 숟가락 하나 얹자는 심리가 아니겠냐며 내 주변의 한 인사가 주장했는데, 지나치게 서두른 탓인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명단이 공개되자마자 “나는 아니다”, “유보다” 혹은 “걔는 아무 생각없다”는 이유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연예인과 매니저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그래. 아무리 이합집산의 계절이라고 하나, 당나라의 설인귀와 발해의 대조영까지 뭉치는 건 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