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의 꿈은 몸집만큼 장대했다. 그녀의 꿈은 지역 방송국 프로그램 <코니 콜린스 쇼>에 출연해 댄서 링크(잭 에프론)와 함께 춤추며 사랑하는 것. 엄마 에드나(존 트래볼타)의 생각은 다르다. 십수년간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에드나는 “우리처럼 뚱뚱한 사람이 TV에 나가면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며 극구 만류한다. 그러나 트레이시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고정 출연자로 발탁되고, 방송국 매니저 벨마(미셸 파이퍼)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한다.
때는 바야흐로 1962년. 방송국의 인종분리정책에 항거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의협심으로 뭉친 트레이시 역시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가 경찰 폭행 혐의를 뒤집어쓴 채 도주하는 신세가 된다. 영화사상 가장 구역질나는 컬트 감독 존 워터스의 가장 정상적인 동명 영화(와 그걸 토대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를 리메이크한 <헤어스프레이>는 소수자에게 바치는 장르의 헌사다. 노동계급 뚱보 소녀는 스타가 되고 흑인들은 백인과 함께 춤출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한다. 그러나 21세기적인 정치적 공정성에 기대어 영화를 풀이하는 건 별로 효과도 없고 재미도 없다. 오히려 영화는 임신부들이 바에 앉아 담배를 피워대고 “깜둥이”(Negro)라는 말이 ‘정치적으로 불공정한’ 말도 아니었던 시대를 그리는 복고적인 오락거리이며, 미국식 낙관주의에 대한 건강한 예찬에 가깝다. 존 트래볼타를 위시한 중견 배우들의 연기도 흥겹지만 치약광고 모델 같은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는 스크린을 뚫고 나와 터질 것만 같다. 프레온 가스에 반대하는 환경주의자들이라도 절로 스텝을 밟고야 말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