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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요즘 극장에는 빅브러더가 산다

관객을 예비범죄인 취급하는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들

영화를 보기 전에 범죄자 취급당하는 것에 질렸는가? 나는 확실히 그렇다.

나라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일로써 세계를 여행하고 다니다보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든 DVD로 보든 먼저 훈계를 듣지 않고서 감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무죄라고 생각하기 전에 유죄라고 가정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영화협회(MPAA)가 끊임없이 증폭시키고 있는 불법복제 방지 캠페인은 이런 트렌드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는 요소 중 하나다. 이제 불법복제 반대 단편영화를 강제로 관람해야 하는 것이 여러 나라에선 보통의 일이 됐다. 이중에는 (영국에서 그렇듯) 불법복제를 저지르고 있는 사람을 누구든 신고하라고 부추기는 것들도 있다. 이 단편영화들은 점점 더 정교해지는데- 최근 돈을 목적으로 한 하나의 발전 사항은-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관객에게 불법복제의 악에 대해 설교해대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개봉작들을 마케팅하기 위해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편 안에서 신작 장면들을 보여주고는 허술하게 비디오 촬영된 버전을 흉내내서 보여준다.

편리하게도 무시되는 사실은 오늘날 불법복제된 버전들 다수가 실제 영화와는 거의 판별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해적물을 만드는 이들은 표를 사서 극장에 들어가 첫 상영 때 핸디캠으로 비디오 촬영하는 업계 바깥의 사람들이기보다는 종종 업계 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많은 해적판 DVD는 너무나도 똑같아서 심지어는 합법적인 버전에서와 동일하게 본편 이전에 반불법복제 단편영화를 강제로 봐야 하기까지 한다. 한 동료가 알려주길, 중국 해적판 DVD의 소프트웨어는 원본과 너무 똑같아서 앞으로 뛰어넘길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저작권절도반대연합’(FACT)이 이 캠페인을 주도하는 영국에선 반불법복제 단편들은 극도로 심술맞기까지 하다. 불법복제 활동을 마약복용이나 콘돔없이 섹스하는 것과 같이 반사회적인 수준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한국에선 좀더 부드럽게 설득하려 든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모든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이 나라에는 “불법복제가 없다”는 ‘그린’ 선언이 나왔다.

그렇다. 요즘은 심지어 영화제들도 관객한테 강의한다. MPAA의 압력 외에, 스스로를 영화제 세계의 경찰로 임명한 FIAPF가 있다(파리에 소재한 국제영화제작자연맹이다). 모든 회원은 이제 상영작을 틀기 전에 불법복제에 반대하는 공고를 보여줘야 하는 의무를 졌다.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테살로니키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기 전에 그리스어와 영어로 읽어주는 공고를 강제로 봐야만 했다. 심지어는 올해 회고전 작품들이 상영되기 전에도 그랬는데 그것은 일본 거장감독 나루세 미키오의 작품들로, 사실상 저작권이 만료된 영화들이었다.

서양에서는 이제 언론인들마저 용의자가 됐다. 미국 스튜디오 영화의 언론 시사회에서는 종종 녹화 장비를 찾는 가방 검색이 있고, 휴대폰은 문에 놓고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안에서 이어폰을 한 남자들이 옆쪽에 서서 누가 영화를 녹화하나 관객을 지켜본다. 요즘 기업 빅브러더는 곳곳에 있다.

오늘날의 강의는 반불법복제 경고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제 관객에게 어떻게 어떻게 하라는 스크린상 공고가 나오는 것은 일반적이다. 또 빅브러더스러운 영국에서는 휴대폰을 끄고, 말하지 말고, 담배 피우지 말고 등등 하지 말라는 것들이 많다. 수년 전,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은 사회사교적인 경험이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편하게 쉴 수 있는 행사였다. 이제는 엄격히 관리되는, 완전히 위생처리된 경험이 됐다. 즉, 팝콘이나 먹고, 커다란 탄산음료나 마시고, 입 닥치고 생각없는 소비자가 되라는 것이다.

번역 노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