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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어워드’라는 이름의 게임

제1회 아시아퍼시픽스크린어워즈 계기로 돌아본 아시아영화제들의 상호투쟁기

또 하나의 새로운 달이 되어, 또 하나의 아시아영화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 11월 중순에 개최된 제1회 아시아퍼시픽스크린어워즈(APSA)에서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 영화제 최초의 최우수작품상에 선정됐다. 이 영화로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행사의 나머지 상들은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일본, 레바논, 터키영화들에 돌아갔다.

영화제 주최쪽은 최종 보도자료에서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의 ‘이니셔티브’로, CNN인터내셔널, 유네스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과 협력한 것”이라고 자체적으로 묘사했다. 심사위원장 샤바나 아즈미는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맞이할 때가 된 ‘이니셔티브’”라고 말하며 “이 지역 많은 나라들에 각각의 국내 영화시상식이 있지만 이제는 70여개국의 영화인들에게 최고의 영예를 수여하는 상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컴퓨터 사전을 찾아보니 ‘이니셔티브’(initiative)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행동하거나 일을 맡아서 수행하는 힘 또는 기회”라고 나와 있다. 이러한 표현은 최고보다는 최초라는 점에 더 큰 관심을 두는 이 같은 행사들의 기회주의적이고 텃세적인 성격을 그대로 요약해서 보여준다.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에서 개최된 이 영화제에서 호주의 핵심적인 역할은 이 영화제가 정치적(무역의) 목적하에 호주가 아시아의 일부임을 외부에 확인시켜주는 선전적인 행사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10년 전 도쿄국제영화제에서의 코믹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 <인간합격>(License to Live)이 영화제 최초의 아시아영화상 우수상을 수상했는데, 최우수상 수상자가 이란영화로 발표된 뒤, 구로사와는 관객에게 이란 감독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어 영광이지만 이란이 아시아에 속해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헷갈린다고 말했던 일이 있다.

아시아퍼시픽스크린어워즈는 “2007년 아시아태평양지역 영화 최고의 영예”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제 겨우 첫해인 행사로서는- 완전히 거만한 것이라 하지 않는다면- 꽤나 야심찬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타이틀을 주장하기에 더 걸맞은 시상식이라면 차라리 중국어로 제작된 영화로만 제한되는 12월 타이베이의 제44회 금마장상일 것이다. 이 영화제도 초기에는 대만 정부가 아직 중국 전체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하고 있던 시절, 정치적인 의도를 띠고 시작됐다.

리안 감독의 <색, 계>가 금마장상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선두에 나서 있는 가운데, 호주의 <더 홈 송 스토리스>가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하여 두 번째로 많은 7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있다. 이 영화는 중국 방언들을 방대하게 사용한 것 때문에 금마장상 참가자격을 얻었다. 행사의 기발함은 중국어권 나라라는 정의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중국어로 제작된 영화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중국국가광파전영전시총국(China’s State Administration of Radio, Film and TV, SARFT)의 압력으로 중국 본토의 8개 작품들의 출품이 철회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정치적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중국 정부의 주된 의도는, 이 지역의 중국어로 제작된 영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영화제인 자국의 골든루스터영화상(금계상)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함인 듯하다. 올해 골든루스터영화상은 중국, 대만, 홍콩의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빛내주면서 진정한 화려함을 뽐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금마장상은 홍콩영화를 희생하여 중국 본토 영화를 두드러지게 내세우면서 가장 활기차지 않은 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행사의 공식 방송관계자는 올해의 영화 라인업이 “상업적이지 않다”고 투덜대면서 관객 수(그리고 광고주 수)가 곤두박질칠 거라고 예상했다. 금마장상이 결국 골든루스터의 그늘에 가려지게 된다면 그건 바로 SARFT가 더 영리하게 패를 두고 전략적 게임을 펼쳤기 때문일 거다.

번역 정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