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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그들은 멸종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원주민 알공퀸 부족민들의 이야기 다룬 다큐멘터리 <보이지 않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가끔 사람들은 진실에 등을 돌린 채 모른 척하거나 무시해버린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렵거나 혹은 그것이 진실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두명의 퀘벡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리처드 데자르댕과 로버트 몬데리가 제작한 원주민들 이야기 <보이지 않는 사람들>(The Invisible Nation)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동시에 모르고 있는 알공퀸 부족들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이 땅에 살고 있지만 점점 자신들의 목소리를 잃어가며 가난과 기아로 다음 세기를 기약조차 할 수 없는 알공퀸 사람들의 슬픈 역사는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없는 외침이다. 유론 호수를 따라 라발부터 발도르까지 6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널리 퍼져 있던 알공퀸 사람들은 현재 퀘벡시를 중심으로 약 10개의 공동체 생활을 하는 9천명의 소수민족으로 확 줄어들었다. 초기에 캐나다로 들어온 유럽 사람들은 모피산업을 함께하기 위해 알공퀸 사람들을 이용한 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듯이 그들을 멀리 쫓아내버렸다. 그리고 그 잔인한 역사로 인해 알공퀸 사람들은 무수한 문제들을 끌어안고 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서 보여지는 알공퀸의 삶은 지켜보기가 고되다. 그들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조차 힘들게 영위해나간다. 학교가 없어서 교육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마실 물이 없어서 요리를 하지 못한다. 그래도 삶은 어떻게든 계속되어왔고, 알공퀸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환경을 어떻게든 극복하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누리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카누를 타고 물을 제공하던 강은 곧 고속도로로 변모할 예정이고, 컨트리 음악이 파고들면서 고유의 음악은 점점 사라져간다. 후대에도 상황은 절대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영아 사망률은 자꾸만 증가하고, 어린아이들은 모국어를 잃어가고, 당연히 세대간의 대화는 단절되어가고, 자연스럽게 알공퀸의 역사는 종말로 치닫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올해 아비티비 테미카망 국제영화제에서 오프닝으로 상영되었다. 영화제가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내용이 너무나도 새롭기 때문”이다. 영화제의 심사위원들은 모두 알공퀸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역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연 사람들은 진실을 외면할 것인가 혹은 진실을 마주하고 싸울 것인가. 이 영화는 몬트리올을 시작으로 퀘벡주를 순회하며 상영될 예정이다. 여행이 끝날 즈음에는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는 대답을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