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TV에서는 한때 최절정 인기를 구가했던, 지금은 잊혀진 스타들의 근황을 보여주곤 한다. ‘미달이’라는, 소녀에게는 다소 가혹했던 극중 이름으로 유명했던 아역배우는 유명세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시사고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시청자의 열광은 채널 돌리는 일처럼 금세 사그라들고 TV가 꺼진 뒤에도 삶은 계속되지만, 인기의 거품이 꺼지고 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현실을 어린 스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19살의 나이에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와타야 리사의 <꿈을 주다>는 그런 어린 소녀 스타의 삶을 그린다.
갓난아이 때부터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유코는 유치원에 다니던 때 광고 모델로 발탁된 뒤 내내 승승장구한다. 아버지에게 숨겨놓은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어머니에게 발각된 뒤, 유코에게 연예계 생활은 차라리 도피처에 가까웠다. 그렇게 연예계 생활이 길어지자 온과 오프의 구분도 사라졌다. 10년 넘게 해 온 치즈 광고와 사립고등학교 시험에 합격한 덕에 좋은 이미지는 점점 두터워졌지만, 스타가 된 유코는 자기 자신다움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유코는 좋은 이미지를 위해 일을 접고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하지만 공부는 되지 않고, 게다가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유코가 진실로 원했던 유일한 것, 그 사랑은 파국으로 이어진다. 파국 뒤의 삶을, 와타야 리사는 낙관적으로도 비관적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결말로 마무리한다.
연예인의 진실한 모습보다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매스컴과 어른들 틈에서 너무 빨리 적응해버린 어린 소녀의 이야기는 비극적이지만 극히 있음직하다. “앞으로 어떻게 되고 싶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습관적으로 “시청자에게 꿈을 주고 싶어요”라고 대답하던 유코는 자기가 누구의 꿈을 품어야 하는지 정작 알지 못한다. 보는 사람들이 원하는 꿈을 주어야 스포트라이트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그래서 고통스럽다. 알을 깨고 껍질을 벗는 순간 그 모든 것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온 국민의 시선 속에서 성장하고 추락하는 과정은 어쩌면 저자 와타야 리사가 두려워했던 악몽의 일부인지도 모르겠다. 스무살도 되기 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3년이라는 제법 긴 시간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이야기 속 어린 스타의 삶이 실제 연예 뉴스에서 접하는 아이돌 스타들의 우여곡절과 소름끼칠 정도로 닮아 있다는 깨달음은 언젠가는 성장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TV 속 앳된 얼굴을 불안한 마음으로 주시하게 만든다.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미디어는 또 얼마나 많은 ‘잊혀진’ 소년, 소녀 아이돌을 대중 앞으로 소환해 회한의 눈물을 흘리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