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것과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재밌는 것과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멋진 것과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가끔씩 뭔가를 결정할 때 이 두 가지 항목 안에서 고민하게 된다. 영화를 볼 때는 그 어딘가의 글이나 카피 문구를 의식하게 되고, 케이크를 고를 때는 드라마나 만화 속 제과점의 풍경을 그리며, 옷을 살 때는 어느 화보의 모델을, 머리를 자를 때는 머리 모양보다 모델의 외모를 먼저 떠올린다. 선택이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겠지만, 선택을 하는 사람의 주관은 항상 그 누군가의 생각을 경유하고 만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음식이 아니고서야 가장 먼저 보는 영화가 아닐 바에야, 순전히 맛으로만 고르고 재미로만 보는 선택이 어디 있겠냐 하겠지만 요즘 세상은 맛있다는 생각이 맛을 만들고, 멋있다는 환상이 멋으로 꾸며지는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명세 감독의 <M>이 말썽이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거의 절반으로 나뉘었던 감독의 전작 <형사 Duelist>와 달리 <M>은 악평이 월등히 많아 보인다. 이야기가 부실한데 영상으로 재주를 부려봤자 뭐하냐는 게 대다수의 악평이 말하는 바다. 더불어 졸렸다는 감상과 강동원의 이외의 이미지를 거부하는 반응도 있다. <형사 Dueliest>와 이번 <M>까지 모두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재밌게 보지 않았지만, 유난히 <M>에 대한 악평이 거슬린다. 지난해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가 그랬던 것처럼 혹은 인터넷의 네티즌 평점이 생겨나고, 그 내용이 영화의 입소문을 좌지우지하면서 영화에 대한 일반 관객의 평가는 경우에 따라 독설로 표현된다. 짧은 문장 안에 담긴, 공격에 가까운 감정 표출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물론 감상은 자유고, 표현도 자유다. 하지만 <M>에 대한, 공격에 가까운 반응들은 왠지 모르게 ‘재밌다는 생각’, ‘멋지다는 생각’에 이르지 못한 감상의 실패한 표출로 보인다. 본인의 판단 범주 밖에 있는 낯선 감정을 기대에 대한 실망과 혐오로 드러내는 모습. 이재용 감독의 <다세포 소녀>가 그랬고, 이하 감독의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도 그랬다. 영화의 작품적인 성과와 별개로 이들에 대한 네티즌의 무시, 냉소, 반감은 아무래도 자리를 찾지 못한 감상의 영화에 대한 홀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가 이러할 것이란 생각은 선택을 용이하게 한다. 나의 미각을 바탕으로 음식을 고를 노력없이, 미적 감각으로 이미지를 수용할 필요없이 어딘가를 경유해온 판단의 틀거리는 선택의 망설임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모든 판단이 선택의 몇 가지 경우의 수로 제한되진 않는다. 가령 마요네즈에 찍어 먹는 포테이토나 모델의 외모만 보고 선택한 머리 스타일의 절망적인 결과랄지. 최소한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 재밌고, 맛있으며, 멋있기 위해 선택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쉽게 생각을 생각에 맡겨버리고, 이를 표현하며, 심지어 숨기지도 않는 버릇. 자신의 재미도 모른 채 재밌다고 즐거워하고, 끊임없이 멋진 생각에만 몰두하며, 맛있다는 찬사를 남발하는 건 선택에 대한 수치, 재미와 멋, 맛에 대한 죄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