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동시 개봉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베오울프>
디지털 시네마의 시대를 맞이하라. 영국의 영화산업 전문 조사기관 도도나 리서치는 11월12일 발표한 ‘디지털 시네마 리포트’를 통해 2013년에는 전세계 스크린의 절반이 디지털 시네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리포트는 또 2013년에는 디지털 시네마의 시장규모가 8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며, 현재 15억달러에 이르는 영화 프린트 시장은 결국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7년 9월을 기준으로 35mm프로젝터 대신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갖춘 스크린은 총 4627개로, 이는 전세계 스크린의 5%에 이르는 수치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미국으로, 전세계 디지털 시네마의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국과 한국이 2위와 3위로 그 뒤를 잇고 있는 상태다.
디지털 시네마의 최근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이른바 ‘인테그레이터’(integrator)로 불리는 새로운 사업자들의 등장. 이들은 주로 장비 구입 등 디지털 시네마로의 전환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극장과 배급사 등에 부과한 사용료를 통해 투자 금액을 회수하고자 한다. 극장이 설비의 유지 비용을 지불하고, 프린트 비용을 절감하는 배급사에서 ‘버추얼 프린트 피’(디지털영화 전송 및 사용료)를 부담하는 형태로 시스템이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네마 리포트’는 또, 향후 디지털 시네마의 도입을 지연시킬 우려 요인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신기술에 투자함으로써 얻어낼 수 있는 새로운 수입원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극장 관계자들은 프린트 비용 절감으로 확실한 이익을 얻는 배급사들과 달리 디지털 시네마를 통해 새로운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리포트는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할리우드에서 각광받고 있는 3D영화가 디지털 시네마의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3D 상영이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필요조건으로 하는 만큼 2009년까지 최소한 5천개의 스크린이 3D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 예측되는 현재의 상승세는 디지털 시네마에 곧장 커다란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도도나 리서치는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장비의 가격이 하락하거나, 수입원인 버추얼 프린트 피가 상승하거나, 배급사들의 투자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며 “이제 ‘누가 돈을 내나?’ 하는 소모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어떻게 이것을 성사시킬 것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