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의 입 노릇을 하는 나경원·박형준 한나라당 두 대변인이 이번만큼 안쓰러울 때가 없다. 자신의 빌딩관리업체에 딸·아들을 직원으로 올려놓고 급여를 지불한 것은 비용을 늘리고 소득을 축소하는 전형적인 ‘탈세’이자 ‘횡령’ 수법이다. 이런 식의 허위 등재나 비용 과다계상은 자영업자들이 군침 흘리는 방법이지만,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할 때 가장 유심히 보는 범법 행위의 하나이므로 보통 사람들은 최소한 근무하는 척이라도 한다. 수백억원대 재산가가 한달에 몇 백만원씩 빼돌리려고 자녀들을 ‘유령 직원’으로 올린 것도 어이없지만, 딸이 미국에 체류하고 아들이 다른 회사에 인턴으로 근무한 기간까지 꼬박꼬박 월급을 줬다니, 멍청한 걸까 오만한 걸까.
두 대변인은 처음 이 사실이 불거졌을 때에는 “반박 계획이 없다”고 하다가 논란이 일자 “딸은 일부 기여했고 아들은 상근했다”고 해명했다. 이 업체의 직원들이 이 후보의 자녀를 본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인터넷 민란 수준’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이 후보의 ‘사과 말씀’을 전했다. “딸은 별다른 직장이 없어 건물 관리나마 도우라고 했는데 남편 따라 유학 간 기간을 정리하지 못했고, 아들은 대선을 앞두고 오해를 살까봐 취업을 말리는 대신 건물 관리를 맡기면서 용돈을 준 것”이란다. 흠, 용돈 한번 복잡하게 준다. 이 후보가 뒤늦게 밀린 세금 4300만원을 슬그머니 낸 것도 대변인들이 알렸는데, 이 후보가 강남 일대에 소유한 세 건물의 임대 소득을 축소 신고한 의혹은 앞으로 또 뭐라고 ‘전할지’ 딱하다.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뻔한 짓’을 앞뒤 안 맞게 대신 전하면서 같은 당 안상수 원내대표처럼 “한심한 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았을까. 초선인 두 사람은 판사와 학자 출신이다.
밀린 세금 몇푼 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계속 피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취업 못한 많은 이들과 이들을 자녀로 둔 ‘건물 하나 없는’ 부모들의 마음에는 막바지 단풍 못지않게 붉디붉은 피멍이 들었다. 오죽하면 한 부자신문까지 “개인의 재산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다면 그 길로 나서야지 공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사설에 썼을까. 대체 그는 왜 대통령이 되려는 걸까. 혹시 자신의 ‘성공 비결’을 널리 알리고 가르치는 게 목적이라면 그냥 책을 쓰시지. <이명박처럼 부자되기> 가이드북 시리즈가 어떨까. 부동산편, 주식·펀드편, 임대업편, 빌딩관리업편, 조세편…. 대박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