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과 생활잡화를 쇼핑하면서 보고 싶었던 영화를 DVD로 굽는다. 미국 최대의 약국 체인인 월그린에서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해 DVD로 만들 수 있는 키오스크를 설치할 예정이라니, 미국에선 곧 현실화될 풍경이다. 월그린의 대변인 티파니 브루스는 “우리는 몇달 내에 그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면서 “영화 DVD 키오스크가 (더 많은 손님을 끌 수 있는) 어떤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월그린과 그와 비슷한 의약품 및 잡화 체인인 CVS는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고객이 직접 편집해 출력하거나 이미지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 키오스크’를 마련해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월그린의 이러한 야망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 10월 할리우드 제작사들과 관련 하드웨어 제작사들의 모임인 DVD복제방지협회가 DVD복제방지기술인 CSS(Content Scramble System) 규격이 좀더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허가했기 때문이다. CSS는 DVD에 특정 키값을 배치해 그 수치가 동일하지 않으면 영화 파일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도록 만든 기술. 월그린과 영화 제작사들간의 조율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CSS 규격을 영화 DVD 키오스크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 월그린을 찾은 고객은 쇼핑 중 15분 내에 영화 DVD를 구울 수 있게 된다. 티파니 브루스는 “우리는 이게 더 많은 상점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의 미래를 낙관했다.
할리우드 제작사들도 월그린의 제안을 반기고 나서는 눈치다. 영화 DVD 키오스크에서 합법적으로 영화 DVD를 굽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해적판의 유출을 억제하는 동시에 영상물 콘텐츠로 벌어들이는 수입도 늘어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최대의 비디오 및 DVD 체인업체 블록버스터, 아마존, 월마트 등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최근 영화 DVD 키오스크에서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공개한 소닉솔루션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회사의 사이트에서 영화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받은 자료들은 아이팟이나 컴퓨터를 이용해 나중에도 계속 볼 수 있다. 블록버스터의 대변인 랜디 하그로브는 “만약 영화 DVD 키오스크를 만드는 게 가능해진다면? 우리도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