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존재 조건은 무엇일까.’ 11회 전회 시청률이 30%를 넘으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히어로>의 주인공 쿠류가 6년 만에 돌아와 묻는다. 일본의 국민적인 스타 기무라 다쿠야는 물론 마쓰 다카코, 아베 히로시, 오오쓰카 네네 등 드라마 출연진이 대부분 그대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지방으로 쫓겨났던 검사 쿠류 코헤이(기무라 다쿠야)가 6년 만에 도쿄 죠사이 지부로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 쿠류가 맡은 사건이 일본 정치계의 거물인 하나오카 렌자부로의 비리사건과 연루되면서 쿠류가 겪는 고민들을 담는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죠사이 지부의 훈훈한 분위기와 인간적인 냄새가 짙은 캐릭터가 영화를 끌고 간다.
도쿄로 돌아온 쿠류 코헤이는 동료 검사인 시바야마(아베 히로시)가 진행하던 사건을 넘겨받는다. 이미 용의자가 범죄 사실을 시인한 사건이라 모든 게 쉽게 진행되리라 생각하지만 갑자기 용의자는 법정에서 자백을 번복한다. 쿠류는 용의자의 진술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나서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연출을 맡은 스즈키 마사유키 감독은 검사의 역할에 질문을 던진다. 쿠류에 맞서는 변호사로 전직 검사 변호사(?)가 등장하고 쿠류는 ‘죄를 구원하’지 않고 ‘죄를 증명하’는 검사의 존재 조건을 찾아 현장을 발벗고 뛰어다닌다.
하지만 이를 위해 영화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다소 억지스럽다. 고민 끝에 쿠류가 찾은 해답은 소중한 사람을 지킨다는 명분이고, 이는 곧 아메미야(마쓰 다카코)의 로맨스로 이어진다. 특히 드라마와 비교해 더 명확해진 아메미야와 쿠류의 관계가 쿠류의 고민이라는 이상한 난관을 거쳐 완성되는 방식은 이해하기 힘들다. 빈번하게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상’과 쿠류에 대한 자화자찬도 과하게 들어간 폼처럼 보인다. 스즈키 감독은 쿠류의 캐릭터와 검사의 위치, 죠사이 지부 사람들의 드라마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려 하지만 그렇게 정리된 이야기는 많은 빈틈을 노출한다. 하지만 대중 오락영화로서 <히어로>의 매력은 충분하다. 기무라 다쿠야 없이 떠올릴 수 없는 캐릭터 쿠류가 청국장을 찾는 장면이나 마쓰 다카코의 한국어 발음은 그 자체로 즐겁다. 영화의 막을 여는 음악도 법정의 긴장감을 유도하기에 충분하다. 9월8일 일본영화로선 역대 최다인 475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연속 6주 1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