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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리메이크 <올 더 킹즈 맨>
김도훈 2007-10-31

위대한 미국 고전의 평범한 리메이크

윌리 스탁의 시작은 담대했다. 지방정부의 부패에 절망하던 청렴한 재정관 스탁이 루이지애나 주지사로 출마한 이유는, 오로지 부패한 권력층에 맞서서 가진 것 하나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타고난 카리스마가 있었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모여든 시민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굴복시킬 줄 아는 그에게 사람들은 아낌없이 표를 던졌고, 가진 것 하나없던 시민의 일꾼은 마침내 루이지애나의 주지사로 임명된다. 하지만 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득권층의 세금을 올려서 시민들을 위한 도로와 병원을 지으려던 스탁은 돈과 권력을 가진 상류층의 반대에 부딪히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음험한 술수를 쓰기 시작한다.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 법도 하다. 미국 문학의 고전인 로버트 펜 워런의 원작은 이미 1949년에 영화로 만들어져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고, 원작의 배경인 대공황 시대에 근접해서 만들어진 46년작의 아우라는 지금도 오롯하다. 다만 <쉰들러 리스트>와 <갱스 오브 뉴욕>의 각본가 스티븐 자일리언 감독은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함으로써 완벽하게 새로운 버전을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 여겼던 모양이다. 하지만 훌륭한 꼭두각시들은 현명한 인형사가 필요하다. 주드 로, 케이트 윈슬럿, 앤서니 홉킨스처럼 좋은 배우들도 평면적인 연출에 눌려 품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숀 펜의 불꽃같은 연기는 여전한 볼거리지만 카메라는 그에게 지나치게 매달린다. 숀 펜이 “우리의 도로! 다리! 학교를 못 짓게 하는 자들! 모조리 처단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의지의 승리>처럼 찍어낼 필요는 없다는 게 밋밋한 리메이크 <올 더 킹즈 맨>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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