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안녕, 쿠로> 이후 마쓰오카 조지 감독이 4년 만에 만든 작품이다. <안녕, 쿠로>가 그 전작인 <화장실의 하나코씨> 이후 8년 만의 영화였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작품이 그리 늦은 건 아니지만, 여전히 영화를 천천히 만들고 있는 마쓰오카 감독은 이번에도 느긋한 자세로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70년대 일본의 경제성장기를 배경으로 시대에 휩쓸려 헤맸던 남자와 그의 어머니를 담은 영화.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는 헤어졌다 오랜만에 만났던 <안녕, 쿠로>의 개와 사람처럼 뜨거운 눈물과 따뜻한 가슴을 믿는 작품이다. 영화의 한국 개봉을 맞아 홍보차 방한한 마쓰오카 조지 감독을 만났다.
-릴리 프랭키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로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소설 원작을 알기 전에 이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 내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다. 그러던 중 친구가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라는 책이 서점에 나와 있고, 인기가 좋다는 말을 해줬다. 처음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봤는데 내가 하려던 이야기와 공통된 부분이 많더라. 그래서 영화화하자고 생각했다.
-공통된 부분이라면 어떤 건가. =특히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가 비슷했다. 소설에서 아빠는 졸업식 때 자기 아들뿐 아니라 아들의 친구에게까지 선물을 준다. 시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어릴 때 만년필을 받았다. (웃음) 물론 시대적인 배경은 조금씩 달랐지만 무척 공감되는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똑 닮은 부분이 있어서 영화화를 결정한 건 아니었다.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고 정면으로 표현하는 소설이 어디 또 있을까 싶었다. 거짓말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표현한다는 게 감동적이었다.
-영화가 회상조로 진행된다. 처음부터 회상구조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가. =회상하는 식의 구성은 각본 단계부터 있었다. 이건 이야기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관객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 그 방법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이창동 감독도 <박하사탕>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을 쓰지 않았나. 시간을 겹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플래시백을 쓴 건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계속 과거에서 현재로 직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영화를 만드는 타입이었는데, 이번엔 뭔가 새롭게 해보고 싶었다.
-1961년생인데 70년대 도쿄, 도쿄타워에 대한 특별한 인상이 있나. =일단 나는 그 당시에 도쿄타워를 본 적이 없다. (웃음) 도쿄에 살지 않았으니까. 단지 먼 곳에 있다는 것, 나와는 관계없다는, 무관계의 이미지랄까. (웃음) 내가 도시에 나가서 살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도쿄타워가 나에겐 도쿄의 상징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의도했던 도쿄타워의 이미지는 뭔가. =그건 나보다 전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다. 70년대라고 하면 지금의 중국처럼 일본의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때다. 일본에서 올림픽이 개최됐고, 신칸센이 개통됐다. 모두 열심히 일하고, 빨리 발전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았던 때다. 미래를 만들고, 무언가 새로운 걸 추구하는. 도쿄타워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상징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