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관은 단순하다. 멜로영화를 보고 나면 멜로하고 싶어야 하고, 슬픈 영화를 보고 나면 슬퍼야 하며, 음식영화를 보고 나면 먹고 싶어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동료 따라 미리 보러 간 <색, 계>는, 일종의 배신이다. 아주 세다고 해서 갔는데 보고 나서 전혀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나마 있던 성욕마저 뚝 떨어지는 것이…. 그래 그건 영화 탓이 아니다. 내 탓이다. 목적이 불순했으니까(하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배급망을 주름잡는 어르신들은 이 영화를 보고 ‘회춘 기미’를 강하게 느끼셨다는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무삭제 상영 결정을 환영한다).
정치인을 평가하는 데에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사람을 잘 속이는 것, 잘 믿게 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믿다보면 진짜 믿게 된다. 믿을 일도 생긴다. 잘 속이려면, 잘 믿게 하려면 주장과 논리와 행동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아저씨가 대규모 주가조작으로 많은 피해자를 낳은 ‘BBK 사건’에 실질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따라 나오는데, 매번 언행일치가 안 된다. 아저씨와 같이 회사를 운영한 김경준씨가 서류 위조를 일삼고 해외 도피까지 한 사기꾼이라며 어서 국내에 들어와 시시비비를 가렸으면 좋겠다고 해놓고는 뒤로는 그의 송환을 연기하려는 각종 시도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몇년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세운 회사라고 자랑스레 떠들어놓고는 지금에 와서는 나와 무관한 회사이며 인터뷰는 오보라고 주장한다(무관한 회사의 법인카드는 왜 썼을까?). 한발 더 나아가 자기도 피해자라며, 관련 증거는 조작이라고 한다. 버젓이 본인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소개된 홍보물까지 만든 펀드회사에 “자본금 가입에는 동의했지만 운용과는 전혀 무관하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이건 어쩌면 일등 대선주자를 흠집내려는 음모이거나 사기극일 수도 있다. 그러면 더 단순하다. 조작되지 않은 증거를 내놓고 진실을 밝히면 된다. 하나씩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옹색하게 좇기듯 당 관계자를 통해 해명하는 것은 의혹만 더 키운다.
어차피 그를 찍을 사람들은 그가 거짓말을 했다 해도 안 찍지 않을 것 같고, 그의 성공 신화를 떠받드는 이들은 이 참에 한수 배울 준비도 갖춘 것 같으니, 부디 ‘무삭제 간증’을 해주길. 게다가 원체 ‘다크한 성분’이 많은 나 같은 이들은 절절한 간증을 접하면 무조건 고개를 돌린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