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듣고 그저 평범한 핑크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욕망의 거미줄: 시세이2>에는 섹스신이라고 부를 만한 장면이 단 한컷도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여자의 몸에 문신하는 남자의 손길과 칼날이 피부를 파고들 때마다 신음을 토해놓는 그녀의 얼굴만이 화면 가득 전시된다. 마사지사인 아메미아(요시이 레이)는 최면 스프레이를 이용해 오랫동안 감시해온 세이즈(유게 도모히사)를 납치한다. 세이즈가 눈을 뜬 곳은 어두컴컴한 방 안. 도망칠 수도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아메미아는 그녀에게 문신을 그리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피투성이 남녀를 담은 잔인하고 끔찍한 풍속화를 보면서 알 수 없는 욕망을 느낀 여자는 그 제안을 기꺼이 수락하고, 그는 며칠 동안 공들여 그녀의 등에 그림을 새기기 시작한다. 등장인물이라곤 단 두명뿐인 이 영화는 주인공 남녀가 문신과 풍속화를 놓고 벌이는 기묘한 선문답에 오롯이 기대 있다. 사토 히사야스 감독의 <욕망의 거미줄: 시세이>가 사이비 종교 지도자나 그의 말을 맹신하는 무리들, 불륜에 빠진 여성 등 어두운 사회상을 담아내려 애썼다면, 문신이라는 동일한 소재 아래 후속편으로 묶인 이 작품은 그보다 훨씬 폐쇄적이라고 할 만한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전쟁, 원조교제, 자살이나 절도 등을 치열하게 다뤘다고 평가받는 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전작을 돌이켜볼 때 관심의 범위는 더 좁아졌지만 그 날선 목소리는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작품. 제제 다카히사 감독은 전편을 연출한 사토 히사야스, 사토 도시키, 사노 가즈히로 감독과 함께 핑크영화의 4천왕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