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희소식이 날아왔다. 지난 10월4일 폐막한 밴쿠버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조용필애창곡>이란 미지의 한국영화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것. 콜린 매케이브 심사위원장이 “한국사회의 중첩구조를 급진적인 실험성으로 묘사했다”고 평한 이 영화는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영화학을 강의하고 있는 김종국 교수가 연출한 작품이다. 김종국 교수는 “수상보다도 글을 통해서 존경하던 사람이 내 작품을 심사해준다는 게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용필애창곡>은 대학 시절 친구였던 두 남자와 그중 한 남자의 아내가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묻는 순간을 그린다. 카메라는 이들의 해후를 63분 동안 원신원컷으로 담는다. 그 과정에서 영상은 점점 흑백으로 변하고, 세 남녀의 감정도 급박하게 돌변한다. 대학 시절 두 남자는 사랑하던 사이였고, 여자는 그들의 모든 관계를 알고 경계하고 있었던 것. “섹스장면 위주로 묘사되는 다른 동성애영화와는 차별점을 두고 싶었다”고 말한 김종국 감독은 “4년 전에 만든 영화지만, 송일곤 감독이 <마법사들>로 원신원컷의 영화를 만든데다가 동성애 관계인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브로크백 마운틴>과 비슷해 그동안 묵혀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제 수상 덕분에 다음 작품인 <위대한 인민배우>는 좀더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북한의 인민배우가 한국에 내려와 세계적인 포르노스타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릴 이 영화에서는 <조용필애창곡>과는 다르게 몽타주를 실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