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게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그 거짓말을 깨지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을까. 거짓말을 계획한 사람도, 거짓말에 동참한 사람들도 모두 그 거짓말에 묶여 움직일 구석이 없어지는 상황. 장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바르게 살자>의 과제가 그렇다. 한적한 삼포시에 연쇄 은행강도사건이 발생한다. 때마침 이곳에 새 경찰서장으로 부임한 이승우(손병호)는 민심도 달래고 성과도 올릴 겸 경찰서 인력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모의강도훈련을 실시하기로 한다. 과시할 요량으로 언론까지 불러들인 이 모의훈련의 강도 역할로 지목된 사람은 교통과 순경 정도만(정재영). 서장은 그가 답답할 정도의 원칙주의자라는 점을 이용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만둬서는 안 되고, 철저하게 강도 역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
<바르게 살자>는 한마디로 극중극 드라마다. 이 극중극이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정도만은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캐릭터 설정상의 전제. 둘째, 인질들이 정도만의 강도연기가 연기인 줄 알면서도 겁을 먹게 되는 심리의 전달. 후자는 연출과 연기로 풀어야 할 부분이고, 전자는 시나리오 자체로 풀어야 할 부분이다. 대학로의 잔뼈 굵은 선수들을 대거 캐스팅하고 한달 정도 리허설을 거친 덕인지 배우들간의 연기 호흡은 자연스러운 편이고, 장진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서 라희찬 감독의 데뷔작 연출은 단선적이고 평면적이긴 하나 그만큼 상업영화로서 안정적인 편이다(시나리오 자체가 영화보다 연극에 적합해 보인다는 점도 감독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한 여건이 되었을 것이다). 정도만과 동료 경찰들간의 대치 상황이 깊어지면서 영화가 원칙주의자 정도만의 캐릭터를 유지시키느라 간혹 극 진행에 미심쩍은 균열을 보일 때가 있지만 이 역시도 종결까지 큰 불신을 사지는 않는다. 다만 관습적이고 유머러스하지는 않은 코믹 캐릭터들의 등장은 ‘말 되는’ 시나리오와 ‘말되는’ 연기 호흡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요소. 일시적으로 러닝타임을 메워줄진 몰라도 결과적으론 영화의 긴장감을 낮춘다.
전체적으로 <바르게 살자>는 큰 무리가 없는 볼 만한 상황극이다. 극중극의 리듬이 빨라질수록 이 거짓말의 결과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는 건 영화가 목표한 바를 이뤘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러니한 전제로부터 좀더 세련된 풍자를 뽑아낼 법도 했지만, 말이 되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태도조차 부재한 코미디들이 워낙 많은 터라 <바르게 살자>는 그 성실함에 있어 먼저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