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발리우드’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12개가 넘는 공용어를 가진 인도에서 한 가지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산업 전체를 대표한다는 것 자체가 어폐다. <워싱턴포스트>는 10월8일 떠오르는 인도의 지방 영화산업을 ‘올리우드’(Ollywood)라는 이름으로 소개했다. 올리우드는 첸나이 지방을 일컫는 코담바캄의 ‘콜리우드’, 말라얄람어를 사용하는 케랄라 지방의 ‘말리우드’ 등 발리우드를 제외한 6개 지방의 영화산업을 통칭하는 말이다. 독특한 스타일의 발리우드영화가 해외에 먼저 알려지면서 인도영화를 대표하게 됐지만, 연간 제작편수 800편 중 발리우드영화는 200편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600편가량을 책임지는 올리우드는 지난 10년간 제작편수가 2배로 급증했고, 투입비용 대비 월등한 수익률을 보이며 르네상스를 맞았다.
최근 인도의 비평가들은 해외 대도시에서 부유한 생활을 만끽하는 NRI(Non-Resident Indians: 인도 외 지역 거주자)를 내세운 발리우드영화의 비현실성과 핫팬츠 차림으로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기는 여성 캐릭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올리우드가 발리우드와 뚜렷한 대척점을 이루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말리우드는 화려한 춤과 노래로 치장하기보다는 인도의 사회문제를 직시한다. 카스트 제도, 사티(미망인 화형식), 어린이 노동 착취 등 현실에 드리운 그림자를 그대로 비추며, 어쩌다 노래가 삽입돼도 가사는 직설적이다. 콜리우드의 코미디는 관습적이지만, 극빈층을 구원하는 로빈 후드형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현실도피의 기능을 수행한다. 인도의 한 영화관계자는 올리우드의 인기를 “손에 닿을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생활밀접형 이야기와 팬미팅이 가능한 배우로 인기를 모았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극장에 걸려 개봉 첫날 몰려든 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콜리우드의 <시바지: 더 보스>는 사회적 낙오자가 성공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스토리가 기둥 줄거리다. <시바지: 더 보스>에 출연한 라지니칸트는 타밀어 연기자로 현재 인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올리우드는 발리우드가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올리우드영화는 인도 밖에서도 팬층이 두텁다. 케이프타운, 두바이, 런던 등에 거주하는 재외 인도인들은 “내가 태어난 곳의 문화를 스크린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며 향수를 자극하는 올리우드영화를 환영했다.
영화관람이 11억 인구의 중요한 오락거리가 된 인도에서 올리우드의 상업적 잠재성은 막대하다. 판에 박힌 스타일의 발리우드영화에 지친 관객에게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 것도 올리우드의 중흥기를 도래하는 데 이바지했다. 티켓 가격이 5달러를 넘지 않는 것이 최대 장점인 인도의 영화산업은 2006년 21억달러의 수익을 기록했고, 2011년까지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