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사실상 허용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특성화 고교 300개를 세우고, 대입은 단계별로 완전 자율화하고, 영어수업을 확대하고, 학교별 학력을 공개하고, 교원평가를 하고, (왠지 끼워넣은 듯이)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대로라면 전국 고교 5곳 중 1곳은 특목고가 된다. 고등학교는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주겠다면서 대학은 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게 했다. 지금도 고려대 경영대 교수회의에서는 성적 하위 10~15%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두배 받고 성적 좋은 학생들은 공짜로 다니게 하자는 ‘우수 학생 유치’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대입이 자율화되면 기발한 아이디어가 얼마나 더 속출할까(고려대의 발상은 놀랍다. 상대 평가를 근거로 얘 돈 빼앗아 쟤 돈 대주겠다는 것이다. 이거 공정거래법에 안 걸리나? 부조리 신고전화 1379라도 눌러야 하나?).
이 후보는 얼마 전 부산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국사나 국어도 영어로 강의하면 어학연수를 안 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필 이 후보가 교육 공약을 발표한 날도 한글날이었다.
그의 용감무쌍함은 이게 다가 아니다. 9월에는 충남의 한 대학에서 취업난을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지방대생들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실력을 갖춰야 한다”, “눈높이를 조금 낮춰 (비정규직 같은) 여러 경험을 살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사이트마다 댓글 홍수였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그냥 눈알을 팔게요.” “모두 삽 들자. 경부 운하 파러 가야지.”
이 후보가 강남 최상위층을 위한 ‘맞춤 공약’을 내놓았다고도 하는데, 너무 노골적이라 다른 뜻이 있는지 헷갈릴 정도이다.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3~4%의 고교에 들어가기 위해 40~50%의 아이들이 희망고문을 당한다면, 20%의 고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80~90%까지 시달린다. 부모의 허리는 더 휜다. 그게 사교육의 기본 공식이다.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입시 과열이 준다고? 결국 특목고 중의 특특목고, 특특특목고로 순서가 매겨진다. 이게 학교 서열화의 ABC다. 그는 가난해도 1등 했던 자기 경험, 돈 많고 애들 성적 좋은 주변 사람들의 조건을 절대화하는 것 같다.
긴 말 필요없다. 대통령도 그냥 지필고사로 뽑자. 교육 경쟁력있는 애들이 경쟁력있는 나라를 만든다며. 지도자는 두말할 필요없겠네. 통합형 논술도 꼭 포함시키자. 참, 영어는 당분간 토익으로 대체하는 게 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