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노처녀 요가 선생 애비(마돈나)와 게이인 로버트(루퍼트 에버렛)는 터놓고 신세한탄을 할 수 있는 절친한 친구 사이. 어느날 남자친구가 떠나가자 상심한 애비는 로버트와 함께 술을 마시며 상심을 달래다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몇주 뒤 임신양성반응이 나온 애비는 날짜를 계산해보고 로버트가 아이의 아빠임을 알게 된다. 아이를 낳을 테니 아빠 노릇을 해달라는 애비의 제안을 로버트는 받아들이고, 몇년 동안 아들 샘의 아빠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어느날 요가 강습소에 뉴욕에서 출장온 사업가 벤(벤자민 브랫)이 나타나고, 그와 사랑에 빠진 애비는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샘을 누가 키울 것인가. 애비와 로버트는 서로 자기가 키우겠다며 싸우다 법정소송을 하기에 이른다.■ Review ‘로맨틱코미디’로 포장했지만 <넥스트 베스트 씽>은 그다지 로맨틱하지 않고, 코믹한 대사가 꽤 많을 뿐 사건들은 오히려 비극적이다. 시작은 로맨틱코미디처럼 한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처럼 다정다감한 게이 남자친구에게 기대는 애비. 남자를 원하지만 언제나 결말이 좋지 않은 애비는, 여느 때처럼 로버트에게 신세한탄을 하다가 선을 넘어버린다. 그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와 똑같은 상황이다. 돌발상황을 만나고 티격태격하는 남녀는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이다. 하지만 로버트는 게이. <넥스트 베스트 씽>의 모든 사건과 전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게이와 가족을 이룰 수 있을까, 게이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과연 게이는 가정과 연애를 분리할 수 있을까 등등.서구에서 동성애자문제가 일반화된 뒤 동성애자 커플을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 동성애자 부부는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가 등의 문제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다. <넥스트 베스트 씽>의 문제의식도 거기에서 시작한다. 사랑은 아니지만 함께 살아야 할, 즉 ‘가족’을 이루어야 할 상황을 보여주면서 <넥스트 베스트 씽>은 ‘가족’에 대한 진일보한 사고를 보여준다. 애비는 자신들의 아기를 낳겠다면서도 홀로 아기를 키우지도, 결혼해 달라는 고리타분한 제안을 하지 않는다. 다만 아이의 아빠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하고, 로버트는 그 제안을 받아들여 ‘결혼 없는 가족’을 꾸린다. 그러나 몇년 동안 견고했던 ‘의사 가족’은 애비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려는, 즉 ‘정상 가족’을 이루려는 순간 붕괴된다. 그리고 <넥스트 베스트 씽>은 그 지점에서 딱 멈춰선다. 법정으로 간 ‘가족’은 아무런 해법도 제시받지 못하며, 영화는 서둘러 엔딩 크레디트를 올리고 만다.
<미드나잇 카우보이> <마라톤맨> <퍼시픽 하이츠> 등 사회의식을 담은 드라마를 만들어온 노장 존 슐레진저는 이번에도 ‘가족’의 형식과 내용에 문제제기하는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넥스트 베스트 씽>의 결말은 흐릿하다. 법정도 판결을 미루고 영화도 결말을 미룬다. 서툰 결론을 내리기보단 결론을 미루는 것이 ‘넥스트 베스트 씽’(차선책)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위정훈 osc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