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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봅시다] 여인들의 새로운 셰익스피어
장미 2007-10-11

<엠마> <이성과 감성>의 작가 제인 오스틴

<비커밍 제인>

제인 오스틴은 우리의 새로운 셰익스피어처럼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제인 오스틴: 러브스토리’라는 기사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정말로 “제인 오스틴 우주”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세상에 살고 있다. 키라 나이틀리가 주연했고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콜린 퍼스가 크게 인기를 얻은 <BBC> 드라마에서 그치지 않고 발리우드판 영화로까지 이식된 소설 <오만과 편견>부터 <엠마> <이성과 감성> <설득> 등 오스틴의 소설들은 수차례 영상물로 완성돼 널리 사랑받았다. 줄리언 제럴드 감독의 <비커밍 제인>은 아예 제인 오스틴의 실제 삶을 스케치하려는 영화다. 존 스펜스의 전기 <비커밍 제인 오스틴>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는 오스틴의 작품에서 참고한 듯한 장치나 인물들이 군데군데 등장하니, 이번 기회에 그녀의 삶에 대해 복습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1. 생애

1775년 영국 햄프셔에서 영국 국교회 성직자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카산드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자의 직업으로 성직자와 군인을 즐겨 등장시켰던 소설 속 설정과 같이 여섯명의 남자 형제 중 헨리는 아버지를 따라 영국 국교회 성직자로, 프랜시스와 찰스는 해군으로 복무했다(헨리는 이후 은행가로 크게 성공한다). 영화 <비커밍 제인>에도 등장하는 다섯째 오빠 조지는 장애로 말을 못해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살았다고 한다. 언니 카산드라와는 아주 친밀해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오스틴이 죽은 뒤 카산드라는 편지 중 일부를 없애버렸지만 남은 편지들은 그녀의 삶을 유추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됐다. 1783년 사우스햄튼에서 친척한테 잠시 교육을 받았고, 1785년부터 2년간 레딩의 기숙학교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1817년 3월부터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해 6월18일 에디슨병을 앓다 눈을 감았다. 임종을 지키던 카산드라에게 “오직 죽음을”(Nothing, but death)이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2. 소설

오스틴은 생애 총 6편의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영화 제목인 <센스, 센서빌리티>로 더 널리 알려진 <이성과 감성>(Sense and Sensibility),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 <맨스필드 파크>(Mansfield Park), <엠마>(Emma), <노생거 사원>(Northanger Abbey), <설득>(Persuasion)이 그것들. 여성이라는 사실이 장애가 됐지만 가족끼리 모여 연극을 공연하거나 지역 도서관에서 소설을 빌려 읽곤 했던 오스틴가의 분위기는 그녀의 작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던 오빠 헨리는 여동생의 글쓰기를 장려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비커밍 제인>에는 오스틴의 소설에서 차용했음직한 에피소드와 소설 속 캐릭터와 유사한 인물들이 얼마간 등장한다. 특히 그녀의 부모는 딸을 무던히 사랑하거나 딸에게 현실적인 결혼을 종용하던 베넷 부부(<이성과 감성>)와 꽤 비슷하게 그려지고, 사촌 여동생은 끔찍한 노래솜씨로 창피를 당하던 엘리자베스와 남자에게 관심 많은 리디아(<오만과 편견>)를 반씩 섞어놓은 듯한 인물로 묘사된다.

3. <비커밍 제인 오스틴>

2003년 발간된 존 스펜스의 전기. 오스틴이 경험한 로맨스가 남녀의 사랑과 혼인담을 주로 그리는 작품 세계에 크게 공헌했으리라는 가정하에 카산드라에게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그녀의 생애를 추적하는 책이다. 스펜스가 오스틴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꼽는 인물들은 프랑스 백작과 결혼했지만 그가 처형당하는 바람에 영국으로 되돌아온 방종한 사촌 엘리자 드 푀이야드와 1795년 크리스마스에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진 톰 리프로이라는 청년이다. 스펜스는 특히 1796년 8월 런던을 방문한 제인 오스틴이 당시 톰이 살고 있던 그의 삼촌 댁에 잠시 머물렀고, 톰이 결국 그녀가 아닌 다른 여성과 결혼했음에도 첫아이의 이름을 제인이라고 지었다는 점에서 둘의 관계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4. 연애

“톰 리프로이와 그의 사촌 조지가 우리를 방문했어. 후자는 품행이 단정했지만 전자에겐 한 가지 결점이 있었는데 그건 모닝코트가 너무 얇다는 것이었어. 그는 <톰 존스>(<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의 대단한 숭배자야.” 뒤에 아일랜드 대법원 수장이 되는 톰 리프로이의 이름은 오스틴이 카산드라에게 보낸 1796년 1월9일자 편지에서 처음 언급된다. 영화 <비커밍 제인>에도 오스틴(앤 해서웨이)이 리프로이(제임스 맥어보이)가 추천한 헨리 필딩의 소설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장면이 등장한다. 극중 오스틴과 리프로이의 관계는 그리움에 지친 두 사람이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기까지 제법 오랫동안 지속되지만 첫 만남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1월16일 제인 오스틴은 카산드라에게 다음과 같이 쓴다. “금요일. 마침내 나와 톰 리프로이가 마지막으로 호감을 표하는 날이 왔고 네가 이 편지를 받을 때쯤 벌써 끝나 있을 거야. 이 우울한 생각에 대해 쓰는 동안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어.” 물론 영화의 내용대로, 카산드라가 태워버린 편지에 오스틴과 리프로이가 여전히 서로를 사랑했고 결혼까지 원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스터 다아시’ 캐릭터의 모델로 짐작되는 리프로이 외에도 1802년 해리스 빅위더라는 부유하지만 “크고 이상한” 남자가 결혼을 제안하면서 그녀의 인생에 끼어든다. 하지만 오스틴은 어찌된 노릇인지 청혼을 수락했다가 다음날 마음을 돌려 그 제안을 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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