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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나이’들의 액션 <용이 간다>

게임하듯 정신없이 펼쳐놓은 ‘싸나이’들의 액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V무비에서 메이저영화까지 가리지 않고 한해에 두세편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용이 간다>는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다. 플레이스테이션2 성인용 게임 <용과 같이>( 龍が如く)를 영화화한 작품인데, 보통 게임에 기반을 둔 영화들이 매끄러운 스토리 전개로 게임의 단절적인 서사를 넘어서려는 태도를 보이는 반면에 미이케의 작품은 과장된 캐릭터와 개연성에는 크게 구애되지 않는 게임의 속성을 영화에 고스란히 끌고 들어왔다. ‘영화가 예술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다’라며 감독의 자의식이 지나치게 드러난 영화는 ‘재미없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감독의 태도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이 영화는 재미를 위해 다소 황당무계한 에피소드들을 빠른 속도로 이어나간다.

스즈키 세이준의 <도쿄 유랑자>의 주인공이 다시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전설적인 야쿠자 키류 카즈마(기타무라 가즈키)가 10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카무로쵸에 돌아오자마자 은행에 보관되어 있던 검은돈 100억엔이 사라지고 이를 둘러싸고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돈이 모두 인출된 텅 빈 은행을 털러 들어간 바보 같은 강도 콤비, 야쿠자의 싸움에 휘말렸다가 충동적으로 강도로 돌변한 젊은 커플, 사라진 암흑가의 대부 카자마, 정체불명의 한국인 킬러(공유) 그리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이어주는 허브와 같은 DVD 가게. 사랑했던 여인 유미와 은인 카자마의 행방을 쫓는 키류는 우연히 만난 고아 소녀 하루카가 엄마를 찾는 것을 도와주게 되는데, 집요하고 악랄한 야쿠자 마지마(기시타니 고로)가 끈질기게 이들의 뒤를 밟는다.

지독하게 더운 여름날의 하룻밤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풀려나간다. 다소 낯설고 불친절한 스토리 전개에 대해 미이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게임을 하라고, 또 게임을 하는 것처럼 영화를 즐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게임과 인터랙티브하게 연동시켜 감상할 때 200%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과도한 남성성을 뽐내는 야쿠자들의 세계를 살짝 비트는 유머와 게임 속의 화려한 액션을 실사화한 멋진 장면들 덕분에 영화 자체만으로 충분한 오락거리를 제공한다. 게다가 허가가 나지 않아서 몰래 촬영했다는 신주쿠 가부키초의 밤거리를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2007년 부천영화제의 깜짝 상영을 통해 한국 관객을 미리 만나기도 했던 이 영화에는 한국이 곳곳에 숨어 있어 우리나라 관객이 반가워할 만한 잔재미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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