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마약반에 배속된 신출내기 형사 호이트(에단 호크)는 고참형사 해리스(덴젤 워싱턴)의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선다. 해리스는 호이트를 데리고 LA 거리의 이곳저곳을 누비는데, 범죄소탕엔 영 관심이 없고 압수한 마약을 피우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범죄자들의 돈을 빼앗아 챙겨넣기도 하는 해리스의 태도가 호이트에겐 영 이해되지 않는다. ■ Review 다소 속된 표현을 빌려 말을 시작하자면, 이른바 ‘초짜’들의 눈에 비친 ‘선수’들의 세계는 종종 음험하고 거칠다. 하지만 거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그들만의 게임의 규칙은 그저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기에는 너무나도 강한 매력을 내뿜곤 한다. 남들 몰래 당신의 손에 건네진 한장의 패는 순식간에 게임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지만 당신에겐 그걸 써먹을 용기가 없다. 그래 이 패를 내게 건네준 이가 누굴까 하고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 당신은 흠칫 놀라게 된다.이렇게 말했다고 해서 <트레이닝 데이>를 도박영화로 생각한다거나, 제목만 보고 스포츠영화려니 하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신출내기 형사와 닳고 닳은 고참형사간의 갈등을 다루는 익숙한 이야기가 이젠 식상하게 느껴질 이들에게 <트레이닝 데이>는 지옥의 끝까지 내려가보는 듯한, 두렵고 아찔하지만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타락한 마약반 형사 해리스는 경찰세계를 다룬 기존 영화들에 나온 그 어떤 이들- 가령 <배드 캅> <캅 랜드> 혹은 <커럽터> 등- 보다 훨씬 더 악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흡사 <쎄븐>에 등장한 살인범과 경험 많은 흑인형사를 한데 합쳐놓은 것 같은 인물이다. 이 인물의 카리스마는 마침내 영화 전체를 뒤덮어 적당히 모호한 해피엔딩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 신참형사 호이트가 해리스를 러시아 갱들의 처분에 맡겨버리는 것은 그가 이 악몽 같은 세계 바깥에 존재하는 법적 정의의 무력함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호이트는 결국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그 집은 더이상 아침에 나섰던 그 공간이 아니다(호이트의 아내는 영화 초반에 등장한 이후 두번 다시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위기에 몰렸던 호이트가 간신히 이를 모면하게 되는 것은 바쁜 와중에 잠깐 짬을 내어 선행을 했기 때문인데- 강간당할 처지에 있던 한 소녀를 구해주었는데 그 소녀의 사촌이 다름 아닌 그를 죽이려던 갱이다-, 이런 설정은 소녀의 분홍색 지갑만큼이나 영화 속에서 튀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일단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라는 단순한 메시지만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하려다 보면 그 불완전함 속에 들끓는 묘한 매력이 이를 주저하게 만들 것이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