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만한 사람들을 알테지만 <씨네21>에서 함께 발행하는 <넥스트 플러스>는 아트플러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잡지다. <씨네21> 기자 중 몇명이 이 잡지를 만드는 전담반으로 배치돼 맹활약(?)하는 중인데 올해 봄쯤이었나, 동기 기자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내가 <넥스트 플러스>팀에 합류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1주에 한번씩 돌아오는 <씨네21> 마감에, 2주에 한번씩 돌아오는 <넥스트 플러스> 마감이 겹친다는 것. 게다가 ‘관객 IN 아트시네마’라는 작은 고정꼭지를 전담하고 있는 나로선 매번 극장가를 돌며 인터뷰이를 유치해야 하는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물론 이 꼭지의 취지 자체는 아주 훌륭하다. 씨네큐브, 미로스페이스, CQN명동, 스폰지하우스 중앙, 스폰지하우스 압구정 등. 각 극장들을 순회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작은 영화를 보려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멀티플렉스와는 달리 상영관에 들어가려고 길게 줄을 늘어선 관객을, 나는 아트플러스 극장에서 거의 본 적이 없다. 예외가 있었다면 언제나 표가 넉넉하리라 지레짐작한 채 상영시간 바로 직전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려고 미로스페이스에 갔다가 그 회가 매진이어서 퇴짜맞은 정도? 이런 고민은 멀티플렉스에 걸리는 비교적 제작비가 적은 영화들도 공유하고 있을 테고 문제의 핵심이 오직 관객 수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러다가는 작은 영화를 주로 들여오는 수입·배급사들이 더이상 활동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아트플러스 극장에서 개봉하는 외화를 수입·마케팅하는 담당사 중에서도 한곳이 문을 닫았다. 그러니 <우리학교>나 <스틸 라이프> 같은 영화의 선전이 반가울 수밖에 없고, 아트플러스 극장 관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아트플러스 극장을 처음 찾은 사람부터 언제나 발길하는 골수팬까지. 똑 부러지는 소녀부터 조금 어눌한 말투의 청년까지.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관객 IN 아트시네마’ 건으로 그래도 두 손가락을 꼽을 정도의 사람들을 만났다. 얄미운 이도 있었다. 스폰지하우스 압구정에서 만난 잘생기고 키 큰 청년은 주말 내 서면 질문지에 답변하겠다고 약속해 사진까지 찍었지만 끝내 연락이 두절돼 애를 태웠다(마감일 오후에야 일이 생겨서 못하겠다는 문자 하나를 받았다. 분노로 불타올라 최근까지 전화번호를 저장해뒀더랬다). 멋진 친구도 있었다. 씨네큐브에서 찾은 대학생은 <방황의 날들>의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영화를 볼 때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이런 상을 받았나는 편견이 생길 수 있어 수상 여부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는 어른스러운 답변을 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어색함에 몸을 비비 꼬며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끝까지 거절한 관객도 있었다.
이상은 이상이고 일은 일인 법. 근래 ‘관객 IN 아트시네마’는 평온한 일상에 어둠을 드리우는 짐덩이나 다름없었다. 이내 돌아온 <넥스트 플러스> 마감에 오늘도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동기 기자가 메신저로 슬쩍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월요일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취재차 만난 누군가가 ‘관객 IN 아트시네마’가 인기 코너라고 했다며. 심지어 <넥스트 플러스>에서 그것밖에 안 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울다가 웃다가. 2주살이 ‘관객 IN 아트시네마’ 인생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