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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성공기 혹은 러브스토리 <스테이지 뷰티>

다툴 때는 긴장이 부족하고 사랑할 때는 감동이 부족한, 좀 식상한 성공기 혹은 러브스토리

무대 위에는 오로지 남자만이 설 수 있다는 법령이 지켜지던 영국의 한 시대에 키니스톤(빌리 크루덥)은 당대에 가장 아름다운 연극 속 여성으로 사랑받는 남자배우다. <오델로>에서 여자주인공 데스데모나를 연기하는 그의 마지막 대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미모와 여성스러움에 언제나처럼 매혹된 관객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의 이름을 외치며 막이 내리기 전 이 연극이 사실상 끝난 것임을 인정해버린다. 그런 그를 늘 무대 뒤편에서 지켜보는 키니스톤의 보조 메리(클레어 데인즈)는 배우가 되고 싶어도 길을 발견할 수 없어 애태우는 이 영화의 여자주인공이다. 그러던 그녀가 하층민들이 찾는 허름한 주점에서 불법으로 무대에 올라 <오델로>의 데스데모나를 연기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연극에 관심이 많은 왕의 애인이 그리고 언젠가 키니스톤에게 망신을 당한 적이 있는 권세 높은 귀족 하나가 우연히 그녀의 재능을 밀어주고 메리는 마침내 “무대 위의 여자 역은 여자만이 할 수 있다”는 왕의 칙령까지 얻어내기에 이른다. 남자로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연기하던 키니스톤은 자리를 잃고 그의 인생은 참담한 몰골로 처박힌다. 자신이 연기를 하며 살기를 바랐으나 그렇다고 키니스톤이 폐인이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던 메리는 한편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스테이지 뷰티>의 두 주인공 혹은 두 데스데모나의 운명은 엇갈린다.

이것은 성공기이거나 추락기다. 메리의 입장에서라면 당연한 것을 그렇지 않다고 여기던 시대에 자기의 자리를 용감하게 쟁취해낸 한 여성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것이다. ‘불우한 천재에서 행복한 예술가로’라는 오래된 해피엔딩은 메리를 표현하는 데 적당하다. 혹은 키니스톤의 입장에서라면 평생을 여자로 살아온 그가 그 역을 하지 못하고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채 패배자가 되는 이야기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스테이지 뷰티>는 3분의 2를 이렇게 그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것에, 그러는 와중에 일어나는 둘 사이의 오밀조밀한 갈등과 그 갈등을 조장하는 주변의 불순한 간섭에 초점을 맞춘다. <스테이지 뷰티>는 여기까지도 그다지 큰 흥미를 끌지 못하지만, 그보다 좀더 급작스럽고 상투적인 것은 둘이 서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결말부다. 그들의 성공이나 추락은 갑자기 형성된 사랑의 전선 안에서 서로 제 몫을 찾는 결합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그게 영 설득도 없고 감동도 없고 그렇다고 환상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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