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의 한 아파트에서 남성 포르노 스타의 시체가 발견된다. 저명한 정치가 아버지는 사실상 포르노 사이트의 단골 고객이다. 딸 나탈리는 몬트리올의 명문대에 다니는 집안의 자랑거리다. 이러한 무관해 보이는 사실들이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을까. 캐나다영화 <마이 걸, 마이 엔젤>은 겉으로 보기엔 모범적이고 평온한 중산층 가정이 서서히 포르노 산업에 관련되며 겪는 균열상에 미스터리를 섞어 만든 영화다.
어느 날 아버지는 자신이 은밀히 보던 포르노에 자신의 딸이 나오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다. 풍요롭고 화목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모범생 나탈리가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나자마자 아무런 자의식없이 포르노 산업에 발을 담근 것. 그러나 그녀는 가난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길티 플래저(guilty pleasure)로서 포르노를 즐기는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이러한 영상물이 나날의 일상이 되어버린 나탈리 세대에 죄책감이란 없다. 어릴 때부터 그러한 영상물들을 여과없이 보고 자란 세대가 바로 나탈리 세대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자신의 개인적 이해관계와는 무관해 보이는 포르노 산업이 바로 자신의 가정에서 시작되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가정으로 피드백된다는 끔찍한 악몽의 순환 고리를 보여준다. 합법적 영리 시스템 안에서 체계적으로 경영되는 포르노 산업이 선진국 안에서 안착될 때, 중요한 것은 성적·경제적 착취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가 된다. 이 영화가 제기하는 것은 포르노 산업이 환기시키는 피학적 메커니즘의 문제가 아니라, 지나친 음란물 노출로 인한 감각적 마비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멀리 있지 않고 바로 내 옆에, 지금 우리 가족 안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