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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누기의 어려움 <이지 섹스, 이지 러브>
문석 2007-09-19

아이 러브 유’라고 말해줄 남자여, 그대는 어디 있나요

20대 중반의 여성 제이미(마거릿 모로)는 상품에 이름을 지어주는 네이밍 전문가다. 그는 활달한 성격과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연애생활만큼은 절망적이다. 몇번 잠자리를 같이 한 뒤 전화기에 일방적인 이별 메시지를 남긴 채 떠나는 남자들에게 질려버린 제이미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 시낭송회를 찾았다가 자신의 교수이자 시인인 존(내빈 앤드루스)과 연인이 된 제이미는 TV쇼 진행자 믹(브라이언 F. 오번)에게도 호감을 갖게 되면서 삶의 희망적인 변환점을 맞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존과 헤어지고, 믹과의 관계도 지지부진해지자 그는 다시 우울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남자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제이미는 ‘깊은 사랑’을 맺을 수 있을까.

<이지 섹스, 이지 러브>는 현대(특히 미국)사회에서 사랑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사랑에 곤란을 겪는 것은 비단 제이미뿐만이 아니다. 남편으로부터 배신당한 제이미의 언니는 스스로도 누군가를 배신하게 되며, 믹과 존 또한 복잡하게 뒤얽힌 과거를 갖고 있다. 게다가 이들 인물들의 관계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뒤얽히다 보니 제이미의 갈망은 갈수록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UCLA 영화학과 교수이기도 한 제인 와인스톡 감독은 당의정으로 둘러싸인 귀여운 결말을 통해 이야기의 매듭을 풀어내지만, 순간순간 현대도시 속 뒤틀린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보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에로틱하게 느껴지지 않는 섹스장면들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2003년 선댄스영화제 경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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