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고 머리 좋은 여자애가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사기치는 것밖에 없었을까. 본성대로 사는 킹콩이 될지, 온순하게 사는 미녀가 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둘 다 가지려 했던 데서 사달이 난 게 아니었을까. 신정아씨 사건이 학력 사기 사건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을 거쳐 등장인물도 다양한 멀티 스캔들로 널뛰듯 다뤄지는 와중에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한데 살구색 신문 하나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이 신문은 그야말고 ‘도색 찬연’한 사진을 싣고 단지 그 사진을 자기들이 입수했다는 그 하나의 이유로, 사진의 주인공이 원로와 고위층에 ‘성 로비’를 했는지가 관심이라며 그렇다면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 중언부언 북치고 장구치며 대서특필했다. 같은 언론 노동자로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백주에 대로에서 바바리 열고 ‘딸딸이’쳐놓고 자기를 흥분시킨 이에게 어떤 죄가 있는지 묻는 꼴이다.
학력을 위조한 신정아씨가 동국대 교수와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에 누가 어떻게 개입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신씨와 가까운 사이로 드러난 변양균씨가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아울러 밝히면 된다. 신씨가 문화계 유력 인사 집에서 빨가벗고 사진을 찍었건 물구나무를 섰건 이번 수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를 성 로비와 연관짓고 ‘친절하게’ 앞면 뒷면 사진을 나란히 싣는 것은 당사자와 독자를 향한 폭력이다.
인권을 보호해야 할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말도 인권 침해가 도를 넘는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내가 너의 교수 임용을 도왔으니 걱정 말아라’쯤 되는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는 한 그게 연애편지인지 고민상담인지 단정되거나 설명돼선 안 되는 내용이다. 압수수색 때 찾았다는 임자 모를 ‘남자 속옷’이나 변씨의 ‘친필 책 사인’이나 그 밖의 ‘사랑의 선물’ 따위 정보들이 왜 필요할까. 그러면서 정작 변씨를 소환할 근거조차 제대로 못 찾고 있지 않은가. 자기 바지 앞춤을 열어놓고 단정치 못한 애들 혼내겠다고 하는 꼴이다. 가장 심각한 무뇌증 상태에 빠진 것은 이런 말을 빼내어 받아쓰고 초치는 언론이다(바바리 일보는 언론의 카테고리에서 빼겠다). 두 사람 거주지의 거리가 3분이네 15분이네 계산하고 제2, 제3의 변씨를 추측하며 에로소설을 써대고 있다.
신정아씨는 사기치고 돈 떼먹고 불법 로비한 게 있으면 달게 처벌을 받으라. 그런 다음 상태 심각한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