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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 신작 <행복>의 아픈 사랑을 지켜보다
김혜리 2007-09-18

허진호 감독이 네 번째 장편 <행복>(제작 라이필름, 영화사 집)에서 다시 사랑을 이야기한다. 방탕한 도시 남자 영수(황정민)가 알코올로 간이 굳어가는 병을 얻으면서 <행복>은 시작된다. 동거하는 애인 수연(공효진)에게조차 행방을 숨기고 그가 숨어든 곳은 조그만 시골 요양원. 폐농양으로 8년째 ‘희망의 집’에 살고 있는 은희(임수정)는 지친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여린 손을 내민다. “우리 같이 살래요?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럼 그때 헤어지죠, 뭐.” 남자는 사랑스러운 그녀를 포옹한다. 그가 방금 받은 제안이 무엇인지도 완전히 깨닫지 못한 채. <행복>은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영화 전체가 죽음의 그늘 아래 있고, 사랑 안에서 다른 꿈을 꾸었던 남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봄날은 간다>와 맥이 닿는다. 두 전작의 연인들이 먼 길을 돌아 진실을 이해했을 때는 시간이 재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허진호 감독의 사랑은 패배가 예정된 싸움일까.

허진호 감독의 멜로드라마는 늘 서울을 꺼린다. 2006년 9월3일부터 12월5일까지 석달 동안 촬영을 진행한 <행복>의 주요 로케이션은 전라북도 장수군 번암면의 오픈세트와 경기도 양평에 자리잡은 요양원 ‘희망의 집’이었다. <씨네21>은 2006년 10월과 11월 세 차례에 걸쳐 <행복>의 촬영현장 귀퉁이에 서서, 이 사랑의 생로병사를 숨죽여 지켜보았다.(* 이 기사에는 <행복>의 5개 장면에 관한 정보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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