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에서 2차 세계대전 속의 마술같이 펼쳐진 사랑을 보여주었던 로베르토 베니니가 <호랑이와 눈>에서 이라크 전쟁을 배경으로 또 한번 사랑의 기적을 이야기한다. 시인 아틸리오(로베르토 베니니)는 매일 밤 꿈속에서 비토리아라는 여인과 결혼한다. 그녀의 사랑 고백을 받는 황홀한 순간 잠에서 깨는 그는 현실 속에서 그녀와 만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분투하지만 좌절당한다. 출판을 위해 이라크로 떠났던 그녀가 폭격을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전장으로 달려간 아틸리오는 오직 사랑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들을 해치우며 그녀를 살려낸다. 베니니는 주인공을 시인으로 내세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과 전쟁의 폭력성을 대비시키며, 극한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인간 내면의 강인함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시구들과 유머러스한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비쩍 마른 대머리 아저씨 베니니는 신경증이 사라진 건강한 우디 앨런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마술적인 환상과 현실의 비극이라는 대조적인 구조가 주는 아이러니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서사의 작은 고리들을 연결하는 섬세함은 전작에 비해 다소 느슨해진 경향이 있다. 게다가 결말의 반전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감추고, 인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완벽하게 헌신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가운데 현실성이 증발해버리기도 하고, 인류의 재난 앞에서 하나의 가족을 구원하기 위한 그의 처절한 몸짓은 다소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은 전체보다 부분을 즐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