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서 충격적인 기사 하나를 봤다. 폐교 위기에 몰린 고등학교에 관한 이야기로 문제의 학교는 옥수동에 있는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다. 동호정보공고에 닥친 위기의 발단은 지역주민들이 ‘공고’를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역 부유층에 해당하는 남산타운아파트에서 동호정보공고를 없애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를 유치하고 싶어하고, 주변 부동산업자들은 그렇게 되면 집값이 10%는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한다. 애초에 편법을 써서 대규모 아파트에 주어질 학교용지 분담금을 내지 않았던 아파트 조합은 뒤늦게 초등학교가 필요하다며 나섰고 해마다 관청에 압력을 행사해 동호정보공고의 이전을 촉구했으며 2004년 동호고를 이전시킨다는 결정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이전도 쉽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실업계 고등학교가 이사오는 것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9월7일까지 동호교 폐교에 관한 의견을 듣고 교육위원회에서 폐교 여부를 최종결정한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의 박상규 기자는 기사 말미에 동호정보공고에서 만난 한 학생의 울분에 찬 한마디를 전했다. “우리가 핵폐기장이나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이냐.”
“요즘 공고는 거의 혐오시설이 됐어요. 주민들이 특목고나 인문계 고등학교 좋아하지, 공고를 학교로 치기나 하나요? 주변에 공고 있으면 집값 떨어진다고 아주 싫어해요.” 기사가 전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은 사태의 원인을 짐작게 한다. 지역 주민이나 남산타운아파트 주민 전부가 아니라 돈에 눈이 먼 일부 사람들이 목청을 높인 결과라 믿어보지만 그들의 행태가 사실이라면 엽기도 이런 엽기가 없다. 매일 ‘축 동호정보공고 이전’이라는 현수막을 보며 등교해야 했던 어느 학생이 남겼다는 말이 가슴을 찌른다. “동호정보공고는 그런 곳입니다. 공부 못하고 ‘바보’ 소리 듣던 아이들도 당당해지고 눈을 뜨고 꿈을 꿀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 학교를 폐교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안 그래도 주눅 들기 쉬운 학생들의 가슴에 돈과 차별에 미쳐 돌아가는 세상의 모습은 얼마나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인가? 그 학생들을 돌봐야 하는 선생님들은 또 얼마나 견디기 힘든 하루를 보내야 할까? 공고가 혐오시설인 것이 아니라 지금 세상이 공고를 혐오시설로 여길 만큼 타락했다는 사실이야말로 구역질이 난다.
한쪽에선 연일 학력 위조 사건이 터지고 다른 한쪽에선 공고가 기피대상으로 꼽히는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대선을 앞두고 장밋빛 대한민국을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흉한지 눈으로 보면 얼굴에 묻은 숯검정이라도 지우려들 테니까. 우울한 마음에 그저 <생활의 발견>의 대사처럼 중얼거려본다. “우리 사람되긴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